사회 사회일반

대화·협상론 속에도 의대교수들 사직 강행..'의정갈등' 여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5 15:14

수정 2024.03.25 15:14

대화와 협상론 나오지만 의정 간 입장차 뚜렷
"2000명 철회해야" vs "불가능" 평행선 지속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발발하는 의대교수들이 결국 25일을 기해 사직서를 내고 진료 축소에 돌입한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대열에 합류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치 처분에 대해 '유연처리'를 지시하면서 강대강 갈등 속 대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의대교수들 "2000명 철회하면 대화 가능해"

의대교수들은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을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의료공백이 당장 의료대란으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전공의들과 함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2000명 정책과 대학별 배정 철회 없이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고, 의정(醫政) 간 대화를 위해서는 이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오갔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건 물론,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거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대 교육의 파탄을 넘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게 자명하다"며 "현 인원보다 4배 증가하는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에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이날부터 예정된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 시간 축소는 변함없이 이뤄진다고도 했다.

전의교협은 "누적된 피로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이날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2000명은 현재 교육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서류상 만들어진 숫자"라며 "전의교협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숫자가 조정될 경우 증원에 대해 수용될 수 있다"며 2000명 정책 추진에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설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김 회장은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화의지 환영"..'비상진료체계' 고도화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을 위시한 의료개혁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의교협 등이 정부와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전의교협이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언급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노력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현장 의료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하던 정부가 의사들과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말하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화와 협상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는 여전하다. 정부도 이 같은 행보와는 별도로 비상진료대책 고도화에 나서며 의료공백 장기화와 환자의 불편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비상진료인력의 효율화를 위한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의료기관 외에서는 의료행위가 제한되고 개원의의 경우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만 진료가 가능하다
정부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고려하고 대체인력 충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재난위기 '심각' 기간 동안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수련의사는 긴급한 경우 의료기관 밖에서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처방할 수 있고, 개원의도 수련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정부는 이날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 공중보건의사 100명을 추가로 파견한다.
지난 3월 11일 이후 파견된 인력은 총 413명에 달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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