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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은 먹잇감?… 행동주의펀드 공격 4년새 9.6배↑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5 11:00

수정 2024.03.25 18:32

한경협 "작년 77개사 공격받아
정부, 기업 방어권 도입 시급"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 수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9.6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대적 자본세력의 공세에 대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해 받은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에 따르면 공격적 행동주의로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 뿐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늘리고 있어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 리서치기관 딜리전트(Diligent)에 따르면 2023년 조사대상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2022년 875개사보다 8.7%, 2021년 773개사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3년에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펀드 공격이 총 214건 발생해 전년(184건)보다 16.3% 늘었다.
같은 기간 북미는 9.6% 증가한 반면, 유럽은 오히려 감소(-7.4%)했다. 행동주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은 2019년 8개사에 불과했으나, 2023년 77개사로 9.6배 급증했다. 이는 딜리전트가 조사를 실시한 23개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다. 일본은 2023년 103개사로 2022년(108개사)보다 다소 줄었으나 2019년 68개사보다는 1.5배 증가했다.

피공격기업 급증 추세를 보이는 한국, 일본과 달리 영국, 독일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캐나다는 2021년까지 감소하다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나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행동주의펀드와 일반 기관투자자들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처럼 일반 사모펀드들까지 행동주의펀드화하는 것은 행동주의 방식의 기업 공격이 펀드들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헤지펀드, 행동주의펀드, 사모펀드 등 각종 투자자들 간의 수익률 제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추세라 기업들이 받는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이 참여자의 자율성보다 정부 규제가 강하고 여기에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도 정부 영향력 아래 있다"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 압박까지 심화되면 일본처럼 상장폐지를 결정하거나 상장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 외에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재계에서 3%룰(상장사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규제 완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을 최소한의 경영권 안전장치로 요구하는 이유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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