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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이슬람 급진 세력' 테러 인정했지만 '우크라 배후설' 반복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6 09:49

수정 2024.03.26 09:49

푸틴, 25일 대책 회의에서 22일 테러가 이슬랍 급진 세력 소행이라고 인정 동시에 배후는 따로 있다고 주장. 우크라 배후설 반복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관저에서 22일 테러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대통령 관저에서 22일 테러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콘서트장 총격 테러가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사건 직후 우크라이나를 의심했던 그는 비록 급진주의자가 테러를 실행했지만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를 향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25일 화상으로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최소 4명의 무장괴한들이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5일 기준으로 총 139명이 사망했으며 18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IS-K는 아프간 탈레반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러시아의 이슬람 체첸 반군 탄압, 시리아 이슬람 시아파 정부와 러시아의 협력 등을 두고 러시아와 적대 관계였다.

그러나 푸틴은 체포된 범인들이 우크라로 달아나려 했다며 배후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외신들은 이달 5선에 성공한 푸틴이 IS-K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는 푸틴의 의혹에 즉각 반발했으며 미국 역시 우크라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발표에서 이번 테러에 대해 “IS의 조직이 계획하고 수행했다”며 IS-K가 “프랑스 영토에서도 여러 적대 행위를 저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푸틴을 겨냥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러시아 자체와 러시아인의 안위에 부정적이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25일 마크롱의 발언 직후 회의에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다른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푸틴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말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얻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중동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인들이 왜 우크라로 도망가려고 했는지, 그 곳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 정권의 손에 의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이 이번 사건과 우크라가 관계없다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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