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서초포럼] 한국경제, 경기순환상 확장국면 진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6 18:26

수정 2024.03.27 08:40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우리 경제가 구조적 측면에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단기 순환 측면에서 확장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0% 정도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잠재성장률이 5%대로 떨어졌고, 2020년 이후로는 2.1%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우선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일할 수 있는 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 비중이 2012년 72.4%를 정점으로 올해 70.2%로 낮아진다. 이 비중이 2030년 66.6%, 2050년 51.9%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64세 인구 자체도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여기다가 대기업들이 자본 스톡을 이미 많이 축적했기 때문에 투자가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총요소생산성도 하루아침에 증가하기는 어렵다.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2030년 이후로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1%대 초중반으로 낮아질 확률이 높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경기는 순환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72년 3월에서 2020년 5월까지 11번의 순환을 겪었다. 평균 순환주기는 53개월이었다. 이 중 확장국면이 평균 33개월, 수축국면은 20개월이었다.

통계청은 경기 정점과 저점이 발생했던 월, 즉 기준순환일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경기 저점은 2020년 5월이었다. 그 이후로 통계청은 기준순환일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준순환일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보면 2022년 8월이 경기 정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 경기 수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지난해 12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경기가 지난해 12월에 저점을 기록했거나 올해 1·4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저점에 1~8개월 앞서왔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3년 4월을 저점으로 12월까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선행지수 증가세가 멈췄다. 그러나 통계청의 선행지수에 2개월 정도 앞서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선행지수가 2023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수출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10월에서 2023년 9월까지 줄었던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전년동월비 기준)로 돌아섰다.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에는 2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5.6%로 크게 낮아졌다. 우리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홍콩으로 가는데, 이들 경제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1~2월에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18.1%로 다시 올라가고 있다. 3월 들어서도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이 46.5%나 증가하면서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다시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는 경기순환상 확장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경기가 확장국면에 접어들더라도 경제성장률이 2%를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그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기에 체감경기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가 확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