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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봇물 터진 선심공약, 현혹되지 말고 냉철한 대응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6 18:26

수정 2024.03.27 08:41

민주 李대표, "전국민 25만원 지급"
정부는 내년도 건전재정 유지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류삼영 4·10 총선 서울 동작을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류삼영 4·10 총선 서울 동작을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정부가 26일 내년 예산 수립의 얼개를 발표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면서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량지출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예산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그렇다면 총선을 앞둔 지금 여야가 남발하고 있는 각종 공약은 무슨 돈으로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때 수립했던 2022년 예산에서 재량지출 규모는 349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298조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예산에서는 309조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것을 내년 예산에서는 다시 축소해서 건전재정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인데, 특히 여당의 경우 공약 실행은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동상이몽을 하며 각자 딴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야는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물론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들이다.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원금을 주고 취약계층에는 거기에 10만원을 더 주겠다며 마치 자기 주머닛돈을 쓰겠다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의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주장했다. 민생토론회를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지역에 약속한 사업의 비용에 빗댄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맞불을 놓듯이 내놓은 즉흥적인 발언임을 자인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공격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예산을 아껴 쓰겠다고 말해야 논리에도 맞는다.

정부와 여당도 이 대표의 발언에 빌미를 제공했다. 세 자녀 이상 가구는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속도 선심성 발언이란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저출산이 국가적 중대사라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이렇게 불쑥 내놓을 게 아니다. 정부 차원의 숙의가 필요한 문제이며 야당의 현금 살포 약속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여당이라면 긴축재정을 추구하는 정부와 엇박자를 내서는 곤란하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 의석을 유지한다고 해도 야당 마음대로 예산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긴축 기조에 맞서 돈을 풀려고 해도 돈이 없다면 어쩔 것인가. 지난해 세수 결손은 56조원에 이르렀고 올해도 결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년만이 아니라 당분간 긴축재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가 채무를 1100조원으로 늘려놓은 전 정권의 방만한 나라살림 탓이 크다. 이 대표도 그 책임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안다면 실현되기도 어려운 공약의 남발을 중단하고 입을 닫기 바란다. 국민 1인당 100만원의 기본 소득 지급, '기본 주택', 탈모 치료, 생리대 구입비 지급 등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때도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지 않았나.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얄팍한 수작임을 명심하고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허황된 약속을 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는 표를 주지 않는 냉철함도 보여줘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의 공약이 입에 발린 달콤한 속임수라는 사실은 지난 선거를 들추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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