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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대치' 평행선에… 윤 대통령 '예산 카드' 꺼냈다 [의료개혁 추진 재차 강조]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6 18:43

수정 2024.03.26 21:41

"보건의료에 과감한 재정투자"
윤 대통령 국무회의서 천명
지역병원 방문 후 의료진 향해
"내년 의료예산 함께 논의" 제안

청주 한국병원 심혈관센터 방문한 윤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해 병원 심혈관센터장으로부터 심혈관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 한국병원 심혈관센터 방문한 윤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해 병원 심혈관센터장으로부터 심혈관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의료계에 내년도 의료예산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연간 2000명 의대 증원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 내년도 의료예산을 같이 논의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은 4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 논리를 일축하는 동시에, 의료계에 '안 된다'는 반발만 하지 말고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다시 손 내민 尹 "의료예산 함께 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한국병원 의료진과 간담회를 가진 뒤 참모진에게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료예산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하라"고 주문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 예산 규모가 정해져야 불요불급한 지출을 조정하면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R&D(연구개발) 사업 등의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 의료계와의 대화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고받은 뒤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를 우선순위에 둬야 하므로 건강보험 재정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추진에 5년간 10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놓고 의료계에서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건보 재정과 별도로 '과감한 예산 편성' 카드를 내세워 반박했다.

국방·치안 분야와 같은 수준으로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대규모 예산 편성 과정에 의료계의 참여 필요성이나 명분은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무조건 안 된다'는 의료계의 논리를 예산을 포함한 세부적인 대책으로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속한 의료계 참여 압박될까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의 시작점인 의대증원과 연결된 교육 사업 추진에도 의료계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건보재정 외 예산 투입 과정에 의료계가 빨리 참여해 현실에 필요한게 뭔지 알려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5월까지 기획재정부에 필요한 예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5학년도 입학생들이 본과 과정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는 3년이란 준비기간이 남아 있다"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렸으니 강의실이나 필요한 시설, 기자재가 얼마나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의료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에 의대교수들까지 여전히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같은 예산 카드를 통한 참여 요청은 의료계에도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역 의대 증원으로 의료인력 확충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재승 병원장은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확대된 것에 대해 "역대 정권에서 하지 못한 일이지만 미래를 위해 크나큰 결단을 하신 것에 감사하다"며 지역 의료 위주의 인력 확대시 의사 충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하도록 양보한 만큼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 의료개혁에 동참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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