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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망설이는 기업들 "투자 리스크 높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7 12:00

수정 2024.03.27 18:23

상의,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조사
80% "기업수익 도움될지 불확실"
특별법 제정 등 정부 지원 필요
탄소중립 망설이는 기업들 "투자 리스크 높다"
"최근 2030년 수소 사업 매출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듣고 신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수요처를 찾기도 힘들고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도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A 수소 회사)

탄소중립이 글로벌 기업 환경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국내 기업들이 높은 '투자 리스크'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탄소감축 투자를 추진 중인 기업은 38%에 그쳤고, 전혀 계획이 없는 곳도 26%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1000개사 중 39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한 기업은 89.1%(높다 71.7%·매우높다 17.4%)에 달했다. 기업들은 "최근 경기악화, 인프라 및 정부 지원 부족, 낮은 배출권 가격 등으로 실제 탄소감축 투자가 기업 수익과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망설여진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B사는 탄소감축을 위해 지난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감축설비에 투자했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1만원 아래로 떨어지며 타격을 받았다. 경영진은 "배출권 구매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라며 투자를 제안한 담당 부서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추진 중인 기업은 38.2%에 그쳤다. 35.4%는 계획 중이라고 밝혔고, 26.4%는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은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32.2%)'을 호소했다. 이어 '감축수단·기술 부족(30.5%)'과 '투자 수익 불확실(28.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정부의 탄소중립 지원 수준이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보조금·세제혜택 등 재정적 지원(67.2%) △탄소중립 혁신기술 연구개발(R&D) 지원(60.8%) △탄소중립 관련 법·제도(49.8%) 순이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 때문에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려는 기업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산업전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직접투자 및 세액공제 확대, 무탄소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 종합적인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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