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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밑돌면 환불"… 공모주 환매청구권 내건 증권사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7 18:24

수정 2024.03.27 18:24

디앤디파마텍·아이씨티케이 등
일반청약 개인투자자에 부여
손실 나도 되살 물량 많지 않아
"공모가 밑돌면 환불"… 공모주 환매청구권 내건 증권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주관사들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 등이 상장 이후 주가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공모주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5월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디앤디파마텍, 아이씨티케이, 노브랜드의 상장 주관사가 일반청약자를 대상으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한다.

공모주 풋백옵션은 일반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 가격이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상장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성장성 특례 및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기업 등에 의무적으로 설정되는데 디앤디파마텍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제시한 셈이다.


풋백옵션으로 일반투자자는 손실이 줄고, 증권사는 하락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업계는 공모주 흥행을 위해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로 이를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디앤디파마텍과 아이씨티케이의 경우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다. 신약 개발업체 디앤디파마텍은 "핵심 파이프라인인 파킨슨병 치료제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상장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은 IPO '삼수'에 나선 디앤디파마텍에 대해 3개월의 풋백옵션을 제시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달 초 디앤디파마텍에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다음달 12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안 팹리스 전문업체인 아이씨티케이의 주관사 NH투자증권도 자발적으로 6개월 풋백옵션을 걸었다. 아이씨티케이는 최근 3년 새 연간 23억~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관사는 올해 영업손실을 8억원까지 축소하고, 내년에는 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 노브랜드는 특례 상장이 아닌, 일반 코스닥 예비상장사임에도 주관사 삼성증권이 3개월의 풋백옵션을 부여했다.

노브랜드는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도 2월까지의 가결산에서 매출액 1043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풋백옵션 설정으로 증권사가 지는 부담보다 얻는 이익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풋백옵션은 공모주 물량 배정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에만 부여된다. 실제 손실이 나더라도 증권사에서 되사야 하는 규모가 크지 않아 '손해볼 것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라며 "설령 공모가가 높게 책정돼도 상장 후 급락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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