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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상속세 등 재계 조세개편 건의에 귀 기울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8 18:53

수정 2024.03.28 18:53

글로벌 스탠더드 어긋난 세제 다수
국회가 먼저 기업 애로 해소 나서길
대한상의가 28일 상속세제 개편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선 과제 152건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4대 그룹의 로고. /사진=뉴스1
대한상의가 28일 상속세제 개편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선 과제 152건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4대 그룹의 로고. /사진=뉴스1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와 정부에 '2024 조세제도 개선 과제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개선 과제는 152건이나 되는데 상속세제 개편 문제도 포함됐다. 상속세제 개편은 재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나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본 세율은 55%인 일본보다 5%p 낮지만,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받으면 60%로 세계 1위다. 총 조세수입 중 상속세와 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주요 7개국(G7) 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캐나다는 1972년에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미국은 55%에서 2012년 40%로 내렸다. 영국도 최고세율을 40%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부의 대물림을 막고 재분배하는 상속세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한 세율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들이 상속세를 회피하려고 회사를 외국 자본에 넘기고 있다. 자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느니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속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인데, 20개국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하는 재산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해 세금 부담이 더 크다.

상속세제 개편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계의 건의도 벌써 몇번째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은 관심조차 없다. 기업 경영주나 자본가, 재벌을 적대시하는 성향 때문이다. 정부도 일부 계층의 반발과 조세 수입 감소를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비중은 전체 조세 가운데 미미하다.

재계에서는 세율 인하와 함께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종과 경영실적, 대외 위험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할증률을 적용해 과세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본다.

대한상의는 올해로 종료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연장도 건의했다. 미국, 대만,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중장기적으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는 전략산업 지원을 중단하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축된 민간 소비 여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배당 촉진세제 마련도 제안했다. 배당을 확대하면 소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자사주 매입·소각 세제 지원, 기업의 출산장려금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요청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국회는 재계의 건의와 요청을 무시하지 말고 면밀히 살펴보기 바란다.
건의사항 중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조세제도를 고쳐달라는 부분도 있고 기업의 성장을 도울 내용도 들어 있다.

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주체임을 인정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먼저 애로를 해소해 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게 맞는다.
말로는 기업을 지원한다면서 실제로는 소극적으로 임하고 온갖 규제로 도리어 발목을 잡아온 과거 행태는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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