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공백 7주..의료현장 한계 상황, 의정갈등 해결은 '요원'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09:51

수정 2024.03.31 09:51

비상진료체계 돌아가지만 현장은 '한계'
교수들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 내몰려
의료대란 위기감 커지는데 해결책 없어
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28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28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의료공백 사태가 7주차에 접어들면서 현장의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의료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이 임시로 채우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공백이 의료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의 업무 과중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의대 증원 2000명을 둘러싼 의정갈등은 해결될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현장 남은 의료진들, 한계 봉착해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이를 고도화하면서 중증·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대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에 몰리는 과중한 업무 부담에 곳곳에서 한계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3월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수술은 2530건으로 전주 평균 대비 4.8% 증가했다. 응급실은 408개소 중 97%인 394개소가 병상 축소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는 아직까지 큰 변동없이 지속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1만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급한 중증·응급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진료대책과 추가보완대책을 마련하고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이 총력전을 편 결과다. 또 한시적으로 허용된 진료보조(PA) 간호사와 파견된 군의관, 공공보건의사 등 의료인력이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웠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의료공백 사태가 6주차를 넘어 7주차에 들어가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가 과중하게 몰리고 피로감이 증가하는 등 한계 상황으로 가고 있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일정이 연기되면서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던 의대교수들도 지난 25일 전공의들에게 동조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과중한 업무 부담에 교수들도 근무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 사직서 수리 전까지 환자 곁을 떠나지는 않겠지만 업무는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를 전부 보고(진료하고) 환자를 줄이지 않았지만, 물리적이고 체력적인 한계가 온 것 같다"며 "근무시간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각 (진료)과 사정에 따라 비필수의료를 줄이고 필수의료에 신경을 더 쓰려 한다"며 "상급병원에서 다른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경증 환자를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정갈등' 지속, 해결될 가능성 요원

문제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의료대란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최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수당 지급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 변화가 없다면 현장 복귀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교수들 역시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협상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에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부족한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의대 증원 2000명에서 물러설 수 없고,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이 각 대학별로 분배된 상황에서 정책을 다시 수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씩 양보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9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대 증원 2000명을 두고 타협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의료계가 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단일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정부와 의대교수가 타협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수긍하지 않으면 의료공백 상황을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새 회장에는 대정부 초강경파인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 의료계 총파업까지 언급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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