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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일본인 문제와 북일접촉이 보여준 현실은?[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1 06:00

수정 2024.04.01 06: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인 납북, 6·25전쟁 발발 3개월 내 88% 발생, 전쟁 후에도 수천명에 달해
 -北, 일본의 납북자 문제 해결의 절박함 역이용 외교·전략적 레버리지 활용 움직임
 -김여정, 북·일간 비공개인듯한 내용도 거침없이 공개...여론·심리전 셈법 구사 관측
 -북·일 정상 '납북 문제 해결' 입장차 커 의제 상정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미지수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기시다 지지율 최저치와 중의원 선거 앞둔 반등 행보 가능성
 -北, 정치권력 변화구도 역이용, 한국에 대한 외교·전략적 레버리지 제고 행보
 -北은 영구 권력, 韓 정권 교체 따라 외교·안보전략 바뀌어 對北 협상 제고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북한은 말 그대로 불량국가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가 다른 국가의 국민을 납치해서 북한으로 끌고 간 납북자 문제다. 우선 북한은 한국인을 납치하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인 납북은 약 88%는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6·25전쟁 발발 3개 월내에 주로 발생했고, 전쟁 이후에 납북된 사례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지시로 일으킨 영화배우 최은희·신상옥 납치사건이다. 북한은 일본인도 납치한 사실이 있고 북한은 현재 이 문제를 일본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1970-80년대 주로 이루어졌다.

최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두고 일본과 북한의 접촉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납북자 문제 해결의 절박함을 북한이 일본에 대한 레버리지로 역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 공개담화로 기시다 일본 수상이 김정은과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양측 합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는 정상회담 타진 사실을 김여정이 언론을 통해 선제적으로 밝힌 것은 여론전이자 심리전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 언급을 두고 일본측은 “아직 알지 못한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북한은 일본의 정상회담 의사타진 사실을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26일 김여정은 “일본과의 어떤 접촉·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며 마치 일본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납북문제를 두고 일본에 대한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셈법을 구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적 기싸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첫째,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측면이다. 일본 정상이 김정은을 양자 차원에서 만나야 할 직접적 이유는 납북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북한은 납북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에 이것이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선 납북 일본인 수에서 일본은 17명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13명이라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13명 중 8명은 사망하고 5명은 일본으로 복귀해서 납북자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의제로 상정된다면 북한이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 되고, 의제로 상정되지 않는다면 일본 정상이 굳이 김정은을 만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국내정치 체제 차이가 레버리지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에 끌려가지 않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은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주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기시다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20%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9월 예정인 중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정치권력에 빨간등이 켜질 수 있기에 일본인의 관심이 높은 외교 의제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일본의 성급함과 북한의 심리전은 이 두 국가의 정치체제가 다르다는 구도에 기인한다. 민주주의 체제인 일본은 지지율이 권력의 요체인 반면 독재체제인 북한에는 권력의 요체는 공포정치다. 북한에는 공정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력자 심판이라는 것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상대방의 시기적 조급함을 역이용해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술수를 구사하는데 바로 이것이 북일 접촉과정에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정치체제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레버리지 행사 차이는 비단 일본만의 도전요소는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구도에 있다. 북한의 정치권력은 변함없는데 한국의 권력은 수시로 바뀐다는 구도를 역이용하며 북한은 도발 등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며 한국에 대한 외교적, 전략적 레버리지를 제고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연합훈련 정상화, 군사적 억제력 제고 등 한 국가의 지극히 정상적인 안보정책을 호전적 정책이라 묘사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권력은 사실상 영구적이라는 판단하에 외교적 대화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아무 때나 정할 수 있다는 속셈이 내재되어 있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외교·안보 전략은 독트린 수준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다 바뀌는 외교·안보 정책으로는 독재정권 북한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도 납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외교안보전략으로는 협상을 위한 대북 레버리지를 제고할 수 없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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