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미래형 사과 재배 체계로 생산 혁신을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8:21

수정 2024.03.31 18:21

윤태명 경북대 명예교수
윤태명 경북대 명예교수
올해 사과 가격 폭등으로 연일 언론이 시끄럽다. 사과 가격이 높은 이유는 작년 냉해, 탄저병과 우박 등 여러 자연재해가 겹쳐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작년 2~3월 날이 따뜻해 사과꽃이 예년보다 10일가량 앞당겨 핀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많은 꽃이 얼어버렸고,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려 탄저병 방제에 실패했다.

다른 한편으로 크고 예쁜 사과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고투입 방식 재배법에 치중되다 보니 면적당 생산량이 적은 상황에서 기상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30~40년 동안 한국 과수 생산구조는 일본식 고비용 저생산성 방식을 답습해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고는 있으나 단위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비는 3~4배 높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외부환경 변화에도 취약한 구조다.
포도, 망고, 오렌지 등 다양한 신선과일이 수입되면서 국산 과일 소비가 줄어들고 수급불안정에 의한 농가의 경영악화가 우려됐지만 지난 20년간 사과 생산성 측면에서 발전이 매우 더디게 이루어진 점은 아쉬움이 크다.

현재 한국은 세장방추형 사과나무가 대부분인데, 나무 안쪽까지 햇빛이 들어가기 어렵고 인력·농자재 투입이 커 농촌 인력부족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에 우려가 있다. 21세기에 들어 선진국은 수확을 기계화할 수 있고 생산성과 품질까지 더 높이는 평면형 나무, 스마트 과수원 개발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의 2축형, 다축형, 구요형, 뉴질랜드의 평면코오돈형, 미국의 2차원 트렐리스형 등 이 그 예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커지고, 사과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 생산기반 확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 현장 농업인들도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선진국의 스마트 과수원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농촌진흥청은 장기적으로 사과의 재배적지가 점점 사라지고, 위치도 북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수원 조성 후 20년 또는 그 이상 경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 과수원도 미래 재배적지를 중심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 강원도는 최근 사과 재배면적이 빠르게 늘고 있고, 최근 과수산업경진대회에서 양구 사과는 여러 차례 입상해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규모화된 유통시설이 없어 농업인들은 직거래를 주로 하거나, 경북에 위치한 안동 공판장을 통해 판매한다. 장기적으로 강원 사과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초기 단계인 지금 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 과수원 도입에 있어 중요한 점은 현장 농업인에 대한 기술교육이다. 우리나라 사과 농업인들은 오랜 시간 입체형 나무 재배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스마트 과수원 현장 정착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장 컨설팅을 강화해 재배체계 전환 중에 있을 수 있는 농업인의 소득감소도 최소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산체계 전환이 원활하려면 적합한 묘목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무병묘 인증제도를 빠르게 정착시켜 새로운 과수원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생산체계로 전환을 서둘러 국민이 부담 없이 사과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윤태명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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