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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에도 내수가 발목… 韓경제 저성장 길어지나[김홍재의 이슈인사이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8:37

수정 2024.03.31 18:37

올해 한국경제 최대 리스크는
수출 5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61% 급증한 반도체가 수출 이끌어
농산물값 상승·고유가 등 물가불안 지속
고금리에 가계·기업은 소비·투자 줄여
금리인하 시점, 빨라도 3분기
美연준, 6월부터 본격 금리인하 전망
韓, 고물가에 금리인하 시기 늦출수도
가계·기업부채 증가 우려도 변수로
수출 회복에도 내수가 발목… 韓경제 저성장 길어지나[김홍재의 이슈인사이드]

올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내수 부진이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국내 고용창출, 소비진작 등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물가 수준이 목표수준보다 여전히 높고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 및 기업부채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실제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 뒤 3·4분기나 4·4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내수부진, 저성장 고착화 우려

수출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 회복과는 달리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수출은 107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같은기간 반도체가 61.4% 급증하면서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에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랐다. 이에 따라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1% 감소하면서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내수가 부진한 이유는 고물가, 건설경기 위축 외에도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이 구매나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27배까지 불어났다.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대출 잔액도 2021년 하반기 말 기준 1466조원에서 2023년 하반기 말 1766조원으로 늘었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부채 상환능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은 고금리로 인한 민간부채 부담과 이로 인한 내수둔화 가능성"이라며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의 비중이 높고 유동성이 낮은 국내 가계 특성상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하고, 기업은 실적 악화로 부진한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차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금리로 재무구조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美, 6~7월 금리 인하…한은은?

저성장 고금리 기조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내수마저 둔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미국의 고용시장 등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유지하고, 물가도 여전히 3%대로 목표치인 2% 초중반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 가계의 소매판매 감소로 경기가 위축되고, 물가도 하락할 개연성이 높아 이르면 6~7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철 원장은 "미 연준은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기준 현재 5.5%에서 4.75%까지 인하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6월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어, 6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7월경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결정한 이후 3·4분기나 4·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상현 원장은 "미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가 7월경 이뤄질 경우 한국의 금리 인하는 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9월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철 원장은 "당초 미 연준은 3월 '피벗'(금리방향 전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 피벗을 예상했으나 미 연준의 피벗이 6월로 연기됨에 따라 한국은 3·4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농산물 가격, 유가 불안이 지속되고 수출 중심으로 경기 개선 흐름이 강화될 경우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은 "미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을 명확히 한 다음에 한은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물가 수준이 목표수준 보다 여전히 높고 최근 소비자 물가 움직임이 다소 불안정한 상황이며,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및 기업부채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 호조에도 'K반도체' 위기

올 들어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이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면서 K반도체는 위기를 맞고 있다.

만년 3위로 평가되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빨리 5세대 HBM인 'HBM3E'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2·4분기 출시하는 'H200'에 이를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HBM은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로 SK하이닉스가 선두주자로 그동안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D램이 6분기만인 올해 1·4분기에 흑자전환이 확실시 되고 있지만 HBM 등 AI 반도체에서 밀릴 경우 위기를 맞을수 있다.

또한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대부분 위탁생산(파운드리)하고 있는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7.9%로 삼성전자(12.4%)의 4.6배 이른다. 특히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 받은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2위 자리 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195억 달러(약 26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받을 보조금(60억 달러)의 3배, TSMC 보조금(50억 달러)의 4배 이른다.

인텔은 올해 말 1.8나노(1㎚=10억분의 1m) 공정에 이어 2027년에는 삼성전자, TSMC처럼 1.4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고, 미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현실화되면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는 TSMC뿐만 아니라 인텔과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상현 원장은 "주요국의 보조금 지급 등 자체 경쟁력 강화 노력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정책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생산기반과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 원장도 "한국 수출 중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11.9%(2023년 기준)로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경쟁국처럼 보조금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시 韓경제 영향권

올해 정치 빅 이벤트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한국의 총선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 중심주의, 제조업 육성 등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중 압박 강화를 위해 동맹국의 동참과 요구 수준은 점차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집권 시 미국 중심의 강한 보호주위 통상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 등 대미 무역 흑자국가들을 중심으로 IRA 지원 재검토, 통상 압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보편적 기본관세(10%) 및 상호무역법 추진, 친환경 정책 우선순위 조정, 중국 견제 강화 등이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주요 통상 국가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2.37% 수준인데 한국은 0.56%로 평균 보다 낮고, 중국은 22.36%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445억 달러(약 60조원)로, 21년 만에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이 되면서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


조상현 원장은 "미 대선, 한국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한국 경제의 기반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경제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건의 및 민관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총선 이후 부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양수 원장은 "4월과 7월 사이에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다"면서 "총선 이후에 구조조정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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