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불량후보 감별은 유권자 몫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8:39

수정 2024.03.31 18:39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4·10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네거티브전'이 펼쳐지고 있다. 제기된 '의혹'도 가지가지다. 재산형성 의혹에서부터 부동산 갭투기 의혹, 성범죄 변호 의혹, 사기대출 의혹 등 말 그대로 각종 '의혹 시리즈'가 총망라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모 야당 후보가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값비싼 고급주택을 아빠찬스로 증여한 투기 의혹을, 또 다른 야당 비례정당 후보의 배우자가 다단계 사기꾼을 변호해 수십억원을 받은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은 또 다른 야당 후보가 수입이 없는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의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를 구매한 '사기대출' 의혹도 내놨다.
이에 해당 후보 측은 결코 투기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사기대출이 아니라 '편법대출'이라며 유권자에게 사과했다. 대출해줬던 금융기관은 발 빠르게 현장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여당 후보들의 성범죄 변호 의혹, 역사왜곡 막말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놨다. 여기에 더해 막말 논란도 이어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재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공격하자 민주당은 즉각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라고 맞받았다. 한 야당 대변인은 '정치를 X같이 하는 게 문제'라는 한 위원장 발언에 대해 "피의자들 조질 때 쓰던 서초동 사투리냐"고 비꼬았다. 일부 후보는 과거 출처불명의 성 관련 막말이 도마에 올랐다. 이렇듯 '막고 찌르기'식 의혹 제기에는 여야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당 대변인단 등을 가리지 않는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다.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된 여야 간 맞고소·맞고발도 부지기수다. 선거일에 임박해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건 실제 투표일(4월 10일)까지 남은 열흘 동안 진실규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혹 제기 자체가 상대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당초 여야는 짐짓 점잖은 어투로 '공명선거' '정책선거'를 부르짖었지만 난장판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국민 피로도를 높이는 이 같은 네거티브전 확전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여야다. 말로는 촘촘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공천시스템으로 부실 후보를 솎아내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걸러내지 못한 각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진즉에 부실 후보들을 공천 과정에서 철저하게 걸러냈다면 진흙탕 난타전은 없었을 일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일부 야당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이 중 일부는 '명예회복'을 앞세워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선거일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은 현시점에서 추가로 공천을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 와서 대타를 구할 수도, 후보를 바꾸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여야 꼴을 보니 '일단 투표일까지 버텨보자'는 모양새다.

결국 부실 후보를 골라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는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은 미래 삶의 불확실성을 보다 안정적으로 미리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투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금씩 교정하기 위해 미리 내는 '보험료'쯤으로 생각하자. 즉, 우리가 매달 내는 '보험료'는 각종 선거 때마다 이뤄지는 '투표행위'와도 비슷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정당이 없다'고 투표를 안 한다면 마치 보험료를 안 내는 것과 같다. 투표를 통해 차선 후보를 선택하거나, 차선이 없다면 차악, 차차악 후보라도 선택해야 단 몇 ㎜, 몇 ㎝라도 후진적 정치가 조금씩이나마 교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보험료(투표)를 따박따박 낼 때 불량 후보나 특권·위선 정치가 사라지는 '선진정치 구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 등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여전히 20%대 안팎에 달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직도 유권자 10명 중 2명 정도가 지지후보나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면 가장 기뻐하고 좋아할 이는 바로 '나쁜' 위정자들이다.

haenen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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