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몽골에 부는 한류 인사행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8:41

수정 2024.03.31 18:41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곳곳에 들어선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청년들, K팝이 흘러나오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거리에 즐비한 한국 음식점과 한국 화장품 가게.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나라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2024년 현재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펼쳐지고 있다. 몽골은 한국과 소위 말하는 '싱크로율(일치율)'이 높아 '몽탄(몽골+동탄) 신도시'로 불릴 정도이다.

몽골에서 부는 한류는 비단 문화와 유통업계만이 아니다. 정부를 구성·운영하는 핵심축인 인사행정, 그중 대한민국 인사제도 및 시스템에 대한 몽골의 관심이 뜨겁다. 몽골 정부는 향후 30년 국가발전 방향과 정책을 담은 장기개발계획인 '비전 2050'의 최우선 과제로서 공무원의 역량 강화를 꼽을 정도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공직사회 마련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이러한 열망하에 인사혁신처 대표단은 몽골 정부 초청으로 3월 몽골을 방문했다. 롭상남스랭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를 예방하고 다쉬제게브 아마르바야스가랑 내각관방부 장관, 체데브수렌 이카그바 인사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과 공무원의 역량개발, 우수인재 유치, 공직사회 신뢰 제고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인사행정 제도를 몽골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지 함께 구상했다.

그에 대한 해답이자 이번 방몽 중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몽골국립대학교를 방문해 대한민국 인사행정 제도를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편 몽골국립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다음 날 몽골공무원연수원에서 연수 중인 고위공무원들에게 우리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공무원 채용제도를 상세히 소개했다.

사실 몽골과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부터 우리 공무원 인사제도를 몽골 정부에 알리기 위한 몽골 공무원 대상 연수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몽골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인사행정 제도를 정리한 책자를 몽골어로 번역해 자국 공무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인사혁신처가 주축이 되어 지난해 출범한 '인사처-OECD 아시아 인사행정 네트워크'는 몽골을 포함한 아시아 13개국과 공직사회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쌓아온 인사행정 노하우와 우수사례를 외국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인사행정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공무원 채용 부문에서 38개국 중 3위, 고위공무원 인사관리 부문에서 37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주개발은행(IDB)은 우리 정부가 사용 중인 인사업무 전자적 처리시스템 'e-사람'과 공직자 재산신고를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공직윤리시스템(PETI)'을 중남미 국가들에 도입하기 위한 기술협력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전자인사관리시스템은 영국에서 진행한 공무원 효과성 국제지수(InCiSE)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하에서 우리 정부의 발전 경험을 세계와 나누는 것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함께 번영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의 인사행정 시스템을 전파하는 것은 '인사가 만사'라는 진리하에서 국가 운영 근본 시스템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몽골 방문의 성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몽골국립대 강의에서 만난 학생들은 민간 대비 공직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과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직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몽골국립대학교에서 미래 몽골 정부를 이끌 청년들의 희망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아서였을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도 따뜻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