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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끝없는 선심 경쟁, 재정 후폭풍 누가 책임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8:41

수정 2024.03.31 18:41

5세 무상보육, 기본사회 공약
재원 관심 없는 묻지마 약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주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주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의 선심 경쟁이 끝도 없다. 승리를 장담 못하는 격전지역이 늘면서 선거를 이끄는 여야 지도부의 속도 새까맣게 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차별 현금지원으로 유권자 표를 노린다면 퇴행적인 과거 정치를 반복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는 나랏빚 증가 속도로 해외기관으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선심공약은 여야 가릴 것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 위원장은 3월 31일 5세 무상보육 등을 골자로 한 국민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5세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이를 4세,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태권도장 등 예체능학원 자녀교육비 세액공제 대상도 대폭 늘린다. 현재 어린이집이나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학부모는 부담이 거의 없지만 사립유치원은 많게는 월 20만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여당은 이 추가 부담을 대폭 덜어주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재원 마련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유아 보육비 지원은 저출산대책 차원에서 적극 논의될 필요가 있지만 이렇게 불쑥 발표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 위원장은 지난주엔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선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역시 생각해 볼 만한 의제이긴 했으나 충분한 재정검토가 먼저였다고 본다.

야당의 현금 퍼주기는 한술 더 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발표한 출생소득, 기본주택, 대학 무상교육 등 '기본사회 5대 공약'은 현금살포 종합판이었다. 이 대표는 현재 8세까지 매달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17세까지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펀드를 통해 18세까지 1억원의 기본자산을 만들어주고 결혼하면 1억원 기본대출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월세 1만원의 임대주택을 늘리고 국립대는 무상,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다. 노인 지원책으로 하루 한끼는 무상으로 제공한다.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가늠조차 안 된다. 이 대표는 앞서 1인당 25만원, 가구당 100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공짜와 반값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만 국민이 낸 세금으로 퍼주기 생색을 내겠다고 하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 터널에 갇혀 암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전 정부가 5년간 나랏빚을 400조원이나 늘려 지난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까지 불었다.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대로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로 세수 기반은 약해져 재정여력은 더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해 세수결손은 56조원이나 됐다. 사상 최대 세수펑크였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세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올해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예산낭비를 막고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는 내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얄팍한 선심 경쟁을 멈춰야 한다.
재원 마련대책이 없는 공약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래세대에게 빚폭탄이 될 정책말고 지금이라도 건전한 민생 과제, 입법 경쟁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이제 허황된 공약에 현혹될 유권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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