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실종자 찾는 실마리 '지문 등록'... 외국인 참여 0.3% "홍보 시급" [잃어버린 가족찾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1 18:09

수정 2024.04.01 18:09

신청자 대다수 18세 미만 아동
외국인 대상 홍보 안내책자 뿐
평균 발견시간 52분으로 줄어
국내 외국인 중심으로 알려야
#. "나이 74세. 치매 환자인 아버지가 한국 여행 중 사라졌어요, 부탁합니다"

지난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일본인 A씨가 올린 글이다. A씨는 "한국 여행 중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실종됐습니다"라고 도움을 청했다. 게시물은 삽시간에 퍼졌고 8시간 후 A씨의 아버지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자의 빠른 신고와 경찰의 프로파일링 대조로 실종자를 골든 타임이 지나기전에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길을 잃은 외국인 치매환자를 단 8시간 만에 찾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외국인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할 수 있지만 참여율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거주하거나 장기여행하는 여행객을 위해 사전등록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지문등록 참여율 0.3% 불과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지문 등 사전등록을 한 외국인은 총 7539명이다. 18세 미만 아동이 7154명,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이 86명, 치매환자가 299명 등록했다. 올해에는 지난달 29일까지 118명(18세 미만 아동이 91명,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이 5명, 치매환자가 22명)이 추가로 등록에 참여했다.

여전히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7584명으로 단순 비교만 해봐도 참여율은 0.3%도 넘지 않는다.

경찰 안팎에서 인천 실종사건을 SNS의 순기능과 경찰의 기지가 합춰진 '행운'이라는 평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자가 15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의 화장실에서 사라지자 함께 관광 온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종로경찰서가 중심이 돼 인상착의와 행적 등을 토대로 일대를 샅샅이 뒤졌고, CCTV 영상까지 살펴 그가 인천으로 이동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초동 수사를 맡은 경찰이 프로파일링을 빠르게 대조한 끝에 실종자를 문제없이 찾을 수 있었다.

■"적극 알리고 제도화해야"

지문을 사전등록하면 아동 등의 실종을 방지하고 실종자 발생 시에도 신속히 발견할 수 있다. 보호자가 18세 미만의 아동, 치매환자, 지적·자폐 장애인을 대상으로 미리 지문과 사진, 인적사항, 보호자 연락처 등을 경찰청 프로파일링 정보시스템에 입력하면 경찰은 실종 시 등록된 지문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히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지문을 사전에 등록한 아동은 실종 이후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기준 실종아동을 찾는 데 평균 56시간이 걸렸지만 지문 등 자료를 사전에 등록한 아동은 평균 52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홍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이 지문 등 사전등록을 원하는 경우 영어로 된 안내책자는 있다"면서도 "따로 외국인에게 해당 제도를 홍보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사전지문등록제는 실종아동 찾기뿐만 아니라 범죄예방 효과도 뛰어나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을 중심으로 홍보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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