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건축용 단열재를 버려지는 옷감으로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1:22

수정 2024.04.02 11:22

폐섬유와 안정화 섬유 혼합해 생산단가 낮춰
단열성능 높이고 화재안전성능까지 향상돼
연간 8만6000t의 폐의료·원단 재활용 가능해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여인환 박사팀이 안정화 섬유와 폐섬유를 혼합해 건축용 단열재 시제품을 만들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여인환 박사팀이 안정화 섬유와 폐섬유를 혼합해 건축용 단열재 시제품을 만들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여인환 박사팀이 버려지는 옷들과 자투리 원단을 재가공해 건축용 단열재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폐섬유를 이용해 건축용 단열재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는 연간 8만6000t의 폐의료나 원단을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단열재 생산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물에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단열재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단열성능이 높은 재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열전도율이 낮으나 발열량이 높은 유기 단열재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사용되는 단열재의 두께가 두꺼워짐에 따라 화재에 대한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단열재는 크게 유기단열재와 무기단열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기단열재는 단열성능은 좋지만, 화재안전성이 떨어져 대형화재 시 화재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반면, 무기단열재의 경우 화재안전성은 좋지만, 시공성과 단열성 및 내구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폐원단과 함께 사용한 안정화 섬유는 일반 섬유보다 뛰어난 내열성, 화학적 안정성을 가진다. 때문에 자동차, 내열 소재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안정화 섬유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기반 탄소섬유 제조 과정에서 섬유를 200~230℃의 산화 분위기에 노출시키는 안정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안정화 섬유의 탄소함량은 약 90%까지 증가해 강도가 높아지고, 난연성이 향상된다. 또한, 탄소섬유는 생산효율이 약 50%인데 반해 안정화 섬유는 생산효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뛰어나다.

다만, 안정화 섬유는 기존 단열재와 비교하여 아직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진은 폐섬유를 혼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생활폐기물 중 폐의류 및 원단류는 2021년 기준 연간 8만6000t으로 대부분을 소각하거나 야적장에 쌓아두고 있다. 이러한 폐섬유를 건축자재인 단열재에 혼합해 안정화 섬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원장은 "개발된 단열재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안정화 섬유와 폐섬유를 활용한 건축용 단열재로, 기후변화와 화재 안전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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