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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부 총질' 경계령..총선 이후가 더 걱정?[2024 총선]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3 06:00

수정 2024.04.03 11:55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충남 당진전통시장 앞에서 정용선(충남 당진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충남 당진전통시장 앞에서 정용선(충남 당진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의료대란 장기화에 따른 해법 모색을 놓고 여권내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해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를 중심으로 표심이 흔들리는 등 위기감을 느낀 일부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탈당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당정간 단결과 화합을 요구하며 사실상 '내부 총질 경계령'을 내렸다. 여당 지도부는 총선 전까지는 당정일체 기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나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여부를 둘러싸고 제2차 당정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2일 충남 천안·당진 등 지원유세에서 “지금은 중요한 결전 앞에서 뭉쳐야 할 때”라며 “최근에 선거 관련해서 누가 탈당을 해야 되느니,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되느니 하는 거친 말들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일부 후보의 대통령 탈당 언급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당내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을 지적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중대한 결정을 놔두고 서로에게 핑계 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저희만 믿고 계시는 국민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이라며 "부족한 게 있으면 다 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흩어지면 우리가 죽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죽는다"며 "우리가 뭉쳐서 대한민국을 살리고 여러분을 위한 개혁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전날 함운경(서울 마포을) 후보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시기를 요청한다"며 대통령 탈당을 처음으로 요구해 당내 인사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함 후보 발언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 감히 우리가 만든 대통령 당적 이탈을 요구하느냐"고 반발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함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급하게 내질렀다"며 "대통령이 사회적 타협기구를 통해 얘기하겠다고 하니 그것을 믿고 한번 가보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선거를 총괄하는 한 위원장으로선 아주 민감한 문제인 '대통령 탈당' 언급 등으로 내분이 심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총선 판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이날 고강도 발언으로 당내 분란 조정을 야기하는 모든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과 함께 결속과 화합을 다짐한 것도 총선 위기감이 절대적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함 후보 뿐만 아니라 지난달 31일 3선 조해진(경남 김해 을) 후보가 대통령 사과와 대통령실 내각 총 사퇴를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윤상현(인천 동 미추홀 을)·정운천(전북 진주을) 후보 등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윤 정부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발언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친윤계인 권성동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자중하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제까지 분열해서 이긴 선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러나 현재 당내에서 '대통령 탈당', '내각 사퇴'와 같은 극언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극언은 청산주의"라며 "청산주의는 용기를 가장한 도피일 뿐이다. 극복의 언어가 아니라 좌절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수도권 등에서 지지세 회복의 신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과 함께 총선 이후 당정간 갈등으로 확전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신평 변호사는 이날 SNS에 "그(함운경후보)가 왜 갑자기 윤 대통령의 탈당을 들고나온 것인가? 해답은 단 하나에 귀일한다. 총선 후를 내다보는 것"이라며 "총선 후에 필연적으로 벌어질 당권경쟁에서 윤 대통령이 패장인 한 위원장을 밀어줄 여지가 별로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빠지면 되지 않을까, 그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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