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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발견으로 공사 밀리면 빚… 책준확약에 우는 시공사 [부동산 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8:16

수정 2024.04.02 18:16

A건설사 계약서 들여다보니
준공기한 못지키면 채무 인수
'거부 못한다' 독소 조항 포함
업계 "표준약정안 마련 필요"
정부는 '시장 위축될라' 신중
문화재 발견으로 공사 밀리면 빚… 책준확약에 우는 시공사 [부동산 아토즈]
"천재지변·내란·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를 준수하고, 미행시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한 대주단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하면서 A건설사와 맺은 '책임준공확약 계약서' 내용 가운데 일부다. 계약서를 보면 문화재 발견으로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도 시공사는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채무를 떠안아야 된다.

2일 파이낸셜뉴스가 A건설사로부터 입수한 '책임준공확약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불합리한 조항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책임준공확약은 대주단이 PF대출시 시공사가 정한 기한 내에 준공을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준공기한 미 준수시 시공사가 차주(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붙는다. 신탁사업장의 경우 시공사가 자금난으로 변제를 못하게 되면 신탁사가 책임을 진다.


현재 시장침체, 공사비 폭등, PF 리스크 고조 등으로 책임준공을 지키지 못해 채무를 떠안는 시공사들이 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부도 처리되면서 부실이 신탁사로 전이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한 경우에도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책임준공이 면책되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는 '천재지변·내란·전쟁' 등 3가지다. 약정서를 보면 이 경우를 제외하고 인허가 지연, 문화재 발굴, 노사분쟁 등 여타 사유를 불문하고 정한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사용승인(조건부·임시 제외)을 받아야 한다.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시공사 책임도 계약서에 명시돼 있디. 내용을 보면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더라도 시공사는 즉시 차주의 채무 전액을 병존적·비면책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병존적·비면책적 인수 의미는 시공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포괄적으로 떠안는 것을 말한다"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공사들은 어떤 경우라도 채무 인수를 지연하거나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한국주택협회·대한건설협회 등 업계는 불합리한 책임준공 약정 때문에 시공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준공 표준약정'안 마련이 그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면책범위 확대, 과도한 리스크 전가행위 방지 등의 표준약정안 마련이 필요하다"리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지난 3월 28일 발표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에도 책임준공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책임준공확약 계약은 사적계약으로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애매한데다 표준약정안을 마련하면 부동산 PF 시장이 더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PF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가 조속히 책임준공확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볼 때 금융위·국토부·공정위 등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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