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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vs 내재화… 현대차, 자율주행 반도체 고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8:21

수정 2024.04.02 18:21

日, SoC 기술 확보해 탑재 목표
엔비디아 종속 낮추려는 움직임
현대차 "복합적 대응" 셈법 복잡
엔비디아 vs 내재화… 현대차, 자율주행 반도체 고민
'엔비디아에 종속되느냐, 독자노선을 가느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용 첨단 반도체 공급을 놓고 갈림길에 섰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레벨 3이상 자율주행 반도체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시스템 온 칩(SoC)을 구매해 장착할 것인지, 내재화나 독자 기술을 모색할지를 놓고 전략적 행보가 한창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닛산·스바루 등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일본 14개사 연합의 반도체 연구개발조직인 '자동차 첨단 SoC 기술연구조합'(ASRA)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2028년까지 반도체 칩렛(패키징)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개발한 SoC를 양산차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개발 성공 시 일본 기업이 공동출자한 반도체 파운드리인 라피더스가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에서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통신·차량제어용 1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초고성능 반도체(SoC)개발과 생산을 목표로 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종속을 낮추고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연합군을 조직한 것으로 보고있다.

야마모토 게이지 조합 이사장(도요타 시니어 펠로우)은 "SoC의 성능이 자율주행 등 차의 성능을 좌우한다"면서 "완성차가 중심이 돼 개발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9일 이 사업에 10억엔을 보조한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 자율주행에 필요한 AI반도체 기술, 고속신호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미래차 제조의 핵심이 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반도체 내재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반도체 내재화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SoC의 독자개발,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도 고성능 센서 라이다(LiDAR)제어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장홍창 선임연구원은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반도체 내재화 등 복합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종속을 낮추기 위한 내재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2020년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분을 인수, 반도체 역량을 재정비했으며, 대외적으로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칩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캐나다 텐스토렌트에 약 5000만 달러(642억원)를 투자했으며, 삼성전자 출신 박재홍 대표가 이끄는 보스반도체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보스반도체는 차량용 고성능 SoC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와도 인포테인먼트 분야 고성능 반도체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공급망 관리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고성능 반도체 내재화에 나서고 있으나, 엔비디아에 대한 견제구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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