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몰래 탄 마약'이 중독의 덫으로... 처벌 피했더라도 치료는 '필수' [김동규의 마약 스톱!]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8:29

수정 2024.04.02 18:29

#.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12일 오후 10시 30분께 부산의 한 주점에서 30대 남성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A씨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B씨가 A씨의 술잔에 엑시터시(MDMA)를 몰래 타 놓았던 것이다. A씨는 다음 날 자신의 증상을 경찰에 알렸다. B씨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6월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로부터 역 2년과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을 선고받았다.

상대방에 의해 자신도 모른 채 히로뽕 등 마약류를 흡입당하는 것을 은어로 '몰래뽕' 혹은 '퐁당 마약'이라고 한다. 원치 않는데 마약을 투약했다면 두가지를 걱정할 수 있다.
처벌 가능성과 중독 여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퐁당 마약으로 인해 마약류를 흡입한 사람은 형사처벌은 피하게 된다. 고의로 마약류를 투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그 후부터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마약을 1번이라도 투약했을 경우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어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타인에게 속아서 필로폰이나 MDMA 등 각성제 마약류를 1~2회 정도 흡입했다면, 1~2주 동안 2~3차례 정도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동네에 있는 일반적인 정신과 의원에서도 받을 수 있다. 치료비 부담 금액은 1만원 정도라고 한다. 다만 병원 측이 자세한 검사를 위해 소변검사 등 마약류 중독과 관련된 검사를 진행해 약 5만~10만원이 추가될 수도 있다.

조 전 원장은 "각성제 마약류를 1~2회 정도 흡입했다면 증상에 대한 치료(대증치료)만으로 충분히 마약류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빨리 치료를 받으면 된다"면서도 "다만 사람에 따라 1~2회 투약만으로도 중독증에 준하는 심한 증상이 나올 수 있어 사람에 따라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중독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의 자부담률이 30%에 그칠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은 "정신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강렬했던 기억이 뇌 속에 영구히 저장되는데, 마약류를 흡입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가게 되므로 뇌 속에 그 기억이 영구히 저장된다"면서 "우연히 마약류를 1번이라도 접한 사람은 빨리 마약류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의 경우는 치료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제도(치료보호제도)를 실시해 마약류 중독에 대한 치료비 전액을 지원중이다. 치료보호제도란 마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치료 서비스를 일컫는데,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극복하게 하고 재발을 예방하게 해 마약류 중독자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복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독자 본인, 배우자, 직계존속, 법정대리인 등도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한다.

치료보호제도를 이용해 마약류 중독을 치료하는 중독자들은 최근 5년 동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치료보호제도를 이용해 마약류 중독을 치료한 이들은 2019년 260명에서 지난해 641명(추정치)으로 5년 사이 약 2.5배 증가했다. 더구나 최근 마약류 사범이 증가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마약류 중독 치료 수요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약류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고 치료보호가 국민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치료보호제도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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