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라이터·안경에 숨은 '초소형 몰카'…단속할 법이 없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3 18:05

수정 2024.04.03 18:24

초소형 카메라 규제 시도 '좌초'
"자기방어를 위한 수단 대부분"
업계 등 일각선 반대 목소리 커
전문가 "구매 이력 관리는 필요"
#. 이달 초 40대 남성 유튜버가 양산과 인천 등 전국 40여곳의 사전 투표소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돼 구속됐다. 그가 설치한 카메라는 충전기 어댑터 형태였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려운 외관이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가 버젓이 불법촬영에 쓰이는 사례가 많아 판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근 팔리는 제품들은 외형은 더 작아진데다 생활용품과 흡사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카메라로 인식하기 어렵다. 불법 촬영용으로 악용하기 쉬운 카메라 유통을 막는 관련법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기술 개발에 저해된다는 등의 이유로 폐기된 상태다.
구매이력 관리 등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안경·USB 속에도 '몰카'

3일 포털 사이트 등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 쿠팡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검색했을 때 수많은 전문 판매업체가 검색됐다. 형태는 손목시계형, USB형, 라이터형 등으로 다양했다. 한 판매업체에서만 수십종의 초소형 카메라가 검색됐다. 판매도, 구매도 합법이지만 불법촬영으로 악용되기 쉬운 제품들이다. 업체에서는 '3시간 촬영', '장기간 저장' 등 기능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었다. 최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서도 변형된 카메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안경 형태의 카메라 등이 제한 없이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초소형 카메라 구입 및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불법촬영 행위에 대한 구체화된 규제는 성폭력범죄 정도가 유일하다.

성폭력 특별법 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형법에는 발달된 카메라 기술과 관련된 규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며 "판매와 구매에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관련법은 국회서 '좌초'

국회에서 초소형 카메라, 변형 카메라 등 판매 규제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좌초됐다.

장병완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5년 발의한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공익목적 변형 카메라에 대해서만 제조나 수입, 판매, 배포, 광고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형카메라 구매자의 인적사항도 기록토록 했다. 21대 국회까지 유사한 내용의 법률이 총 4건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소관 위원회에선 외국과의 무역분쟁 발생 우려가 있고, 신기술·신제품 개발 저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발의한 안에 대해선 △통계상 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휴대전화 카메라 등이 제정안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점 △개인이 카메라 모듈을 구입해 직접 변형카메라를 제작하거나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등의 경우 단속이 어려운 점 등이 논의 됐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내세우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10년 이상 초소형카메라 전문 판매업을 해온 A씨는 "저희가 납품하는 대상은 대부분 경찰서 등 관공서다.
그외에 사회생활하시면서 불합리한 처사를 당해 자기 방어를 위해 하시는 분들이 가져간다"며 "불법촬영 범죄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하는데 초소형 카메라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초소형 카메라 구매자에 대한 이력 관리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촬영의 위험성이 큰 초소형 카메라들에 대해선 구매자와 구매 목적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할 경우 또 이에 대한 기록의 책임을 재판매자에게 지우면 판매자의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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