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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3자 핵심·신흥기술대화와 對인도 전략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3 18:21

수정 2024.04.03 18:21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3월 12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인도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미·인의 3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미국 및 인도는 바이오·의약품, 반도체 공급망, 청정에너지 및 핵심광물, 인공지능, 양자, 우주 및 첨단소재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3국 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4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으로 출범하게 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에 인도가 참여하게 된 것은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도모하고, 기술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추구하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는 현재 인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의 양자협력으로 출범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에 인도가 참여하게 된 것은 결코 우리가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되고,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인도는 이미 미국과 중국에 이은 주요 3개국(G3)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도가 보유한 시장잠재력과 인적자본 경쟁력은 그 한계를 예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의 역할론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세웠던 이른바 '반도체 굴기론'을 연상시키는 인도 정부의 '반도체 이니셔티브' 선언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2030년 인도의 반도체 시장 수요는 8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60만명 규모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인도는 전 세계 반도체 설계인력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잠룡으로 부상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인도가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제조·생산에 필요한 경제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불가능하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1983년 한국이 반도체를 제조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지금의 한국 반도체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을 당시 이것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의 서막이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앞당길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미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인 AMD,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및 램 리서치 등은 대인도 투자를 매우 능동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인도 내 생산공장 건립을 요청한 사실을 보다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공장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로드맵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인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인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가.

인도가 완전히 부상한 이후, 즉 인도가 진정한 G3로 완전히 자리 잡은 이후에는 우리가 바라는 한·인도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 책략은 늘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그만큼 세밀해야 한다.
한·미·인 3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를 매개로 한·인도 협력의 물꼬를 트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외교·안보 및 국방에 이르는 폭넓은 양자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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