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너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평균 37명인 데 비해 한국은 21명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의료계는 "대학입학 증원은 안 된다. 오히려 감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국회의원 20, 30석 정도는 좌우할 전략이 있다"며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는 정치인은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2차관을 즉시 파면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고까지 말했다. 자신들을 화나게 만들었으니 국민들이 머리를 숙여 사죄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환자 곁을 떠난 젊은 의사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안다. 그동안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에, 그래도 의료인의 양심을 규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믿었기 때문에 "경쟁은 싫고 돈을 더 벌고 싶은 거 아니냐"는 직접적인 비난을 참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이제 더 큰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해외 유명 의대 분교를 국내에 유치하고 의료서비스 개방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이는 의협이 주장하는 현재의 교육환경으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에 대한 또 다른 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외국 유명대학교 분교를 유치해 자국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인접국의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유명 의대 분교가 들어오게 되면 미국, 영국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 교류가 보다 쉬워지고, 이들을 통해 배출된 인력이 국내 의료시장에 자리잡게 되면 부족한 의사인력 확충에도 도움이 되는 등 장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기회에 원격의료 허용과 의료시장 개방 등 의료산업 개편에도 나서야 한다. 원격의료 허용은 의사단체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 대응,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의료인력에 대한 국내 의사면허 부여도 고민해볼 만하다. 국내 의료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부족한 의사 수를 보충하는 데 작은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외국 유명 병원에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방안도 장기적 안목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외국 유명 병원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자연히 국내 병원들도 경쟁력 향상에 나설 수 있게 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시대를 막론하고 도를 넘은 집단이기주의는 반드시 개혁을 불러왔다. 의사라는 직업도 국가의 교육시스템이 한 개인에게 이전된 결과물일 뿐이다. 개인은 그 자격을 국가와 국민에 의해 인정받은 것이지 본인이 혼자 모든 것을 이뤄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작고한 한국의 지성 이어령 교수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내가 받은 것은 빛나는 선물이었고 이제 그 선물을 돌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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