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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9兆대 사우디 수주 쾌거 '제2 중동붐' 일으키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3 18:23

수정 2024.04.03 18:23

삼성-GS, 9조6000억 플랜트 수주
대통령, 정부-기업 원팀 더 뛰어야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 리야드 영빈관에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 리야드 영빈관에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기업들이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조원대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주역은 삼성E&A와 GS건설이다. 양사는 3일 총 72억2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 증설사업으로 삼성E&A가 8조원, GS건설이 1조6000억원에 계약했다.
사우디에서 수주한 역대 최고액이자 역대 세번째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다.

이번 수주는 규모도 큰 데다 정부·기업이 한 팀이 되어 공을 들여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대통령실이 "한국·사우디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자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사우디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를 약속한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에 이은 지난해 10월의 사우디 국빈방문과 300억달러 투자 약속, 양국 정상의 '건설·인프라 협력 강화' 공동성명 등 여러 노력이 모여 이뤄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제협력 인연은 깊다. 1970년대 현대건설 등 우리 기업들은 사막에 다리를 놓고 항만을 짓는 대형 건설사업으로 '중동 붐'을 일으켰다. 이때 흘린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피땀이 우리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우디는 1000조원을 투입하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석유·가스, 석유화학 플랜트,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여러 미래사업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전력, 항만 등 인프라와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과 혁신적 기술, 정확한 납기·공기로 "한국 기업이면 믿을 수 있다"는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사우디 유력 인사들과 오랜 기간 맺어온 네트워크도 힘을 보탰다.

이번 9조원대 수주 쾌거가 내수부진, 경기위축을 탈출하는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해외 수주 낭보와 달리 국내 건설경기는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역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도 최근 3년 이래 연간 300억달러대로 소폭 회복됐으나 여전히 침체국면이다. 지난 2010년 71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223억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건설시장의 활성화 가능성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국제정세 불안 등 복합적 요인으로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올라 산유국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를 석유가스 플랜트 증설과 발전시설 건설, 철도·도로 인프라 등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잇는 제2의 한국형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항공우주 및 첨단무기 수출 등 우리 기업 앞에 여러 기회가 있다.

기업들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원천기술을 더 많이 확보해 이익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목표는 400억달러다. 이번 사우디 수주 건을 포함해 올 들어 현재까지 전년 동기의 배 이상인 127억달러를 넘어섰다니 출발은 순조롭다. 이번 수주가 '제2의 중동 붐' 물꼬가 되기 바란다.


대통령실은 정부와 공기업, 금융기업이 원팀으로 전 세계 대형 건설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이 1호 세일즈맨이 되어 '원팀 코리아' 맨 앞에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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