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악취나는 노숙인 체포한다?.."냄새도 범죄냐" 난타 당한 영국法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07:48

수정 2024.04.04 07:48

런던 거리의 노숙인/사진=연합뉴스
런던 거리의 노숙인/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악취를 풍기는 것만으로 노숙인을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1824년 부랑자법을 대체하는 형사사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은 구걸과 일부 노숙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는데 새 법안은 이를 폐지하는 대신에 경찰이 '소란을 일으키는' 노숙인을 이동시킬 수 있다. 불응할 경우 최고 2500파운드(약 42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단속 대상인 소란 행위에 '과도한 소음이나 냄새, 쓰레기 버리기·쌓아두기를 포함해 주위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가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타인의 재산을 파손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악취를 풍기는 것까지 범죄화하는 법 적용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계속되자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은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체포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총리실 대변인도 "우리는 노숙을 범죄화하는 낡은 법을 고치려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노동당 앨릭스 노리스 하원의원은 "이번 법안은 심각한 폭력 급증, 치안 신뢰도 급락 등 진짜 문제를 해결할 기회였으나 정부는 노숙자 냄새나 쫓겠다는 것"이라며 "우선순위가 뒤집혔다"고 질타했다.


여당인 보수당의 밥 블랙먼 하원의원은 "과도한 냄새를 소란의 정의에 포함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하면서 "노숙인은 목욕, 샤워는커녕 화장실도 못 갈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에 지방 당국이나 경찰의 법 집행 권한을 특정 상황으로 제한하는 지침을 의무적으로 내놓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수정안에 여당 하원의원 11명과 야당 하원의원 21명이 찬성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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