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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과 질긴 악연에..SPC 경영차질 결국 현실됐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09:40

수정 2024.04.04 09:53

[파이낸셜뉴스]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SPC 산하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 수 현황
브랜드 가맹점수 직영점수 전체 매장 수
파리바게뜨 3,396개 26개 3,422개
배스킨라빈스 1,687개 65개 1,752개
던킨 631개 59개 690개
파스쿠찌 477개 32개 509개
Total 6,191개 182개 6,373개

SPC그룹이 민주노총 노조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했다는 ‘부당노동행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표이사가 한 명은 구속되고 또 다른 한 명은 최근 사임한 데 이어 허영인 회장에 대한 검찰의 체포 영장이 청구되며 '경영 공백'이 야기되고 있다. SPC 그룹은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소상공인인 6000여명 가맹점주를 보유했는데, 지도부 공백으로 해외 진출 차질은 물론, 국내 영업에도 차질을 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하루 전인 지난 3일 허영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SPC 그룹은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심신 안정을 취해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 검찰에 출석하려 했다"며 "검찰이 허 회장의 입장이나 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PB파트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묵은 민주노총과의 대립'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SPC그룹 내 노동조합은 지난 1968년에 설립됐으며, 2018년 이전까지 그룹 전체 2만여명의 직원(사무직 포함) 중 1만 5000명이 한국노총 소속 노조였다.
이 당시는 노사 잡음 없이 노사가 상생해온 상황이었다. 그러던 지난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노동 정책으로 삼고 있던 전 정부가 파리바게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전국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5300여명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출범했다.

이후 SPC그룹은 2018년 1월 자회사 PB파트너즈를 설립해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전원 고용했다. 기존 SPC그룹의 터줏대감이었던 한국노총도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함께 복수노조 체제가 성립됐다. 이후 또 다른 계열사 SPL, 던킨 등에도 민주노총이 설립되며 복수노조 체제가 운영됐다.

문제는 두 노조가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회사가 PB파트너즈 설립 당시 체결한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하며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는 등 회사 및 한국노총 노조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SPC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화섬노조 측은 회사 사옥 앞에서 불법 천막 시위와 가맹점 불매운동 등 과도한 해사 행위를 했고, 심지어 민주노총이 설립된 또 다른 계열사 던킨의 공장에서는 한 노조원이 식품 제조 과정에 이물질을 투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로 경찰에 고발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던킨도너츠 소속 노조원이 안양공장에서 도넛에 기름때가 묻은 장면을 촬영해 언론사에 제보해 뉴스화 됐다. 하지만 이후 CCTV 확인 결과 해당 직원이 근무 중 실리콘 주걱을 이용해 환풍기의 기름을 반죽통에 일부로 넣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SPC 측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밖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SPC가 당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가맹점 피해를 막기 위해 민주노총의 행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에 대해 민주노총은 부당노동행위라며 고발을 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재계에서는 "민주노총의 불법적이거나 비상식적 행동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는데, 최근 검찰 수사에 따라 회사 측의 행위에만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도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며, 법조계에서도 병원에 입원한 기업 오너에 대한 체포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도부 공백 사태로 SPC그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6000여 가맹점주들의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SPC가 최근 적극 추진 중인 해외 진출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PC는 파리바게뜨를 통해 2004년부터 해외에 진출해 해외 10개국에 5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MOU를 체결하며 중동 시장에 K-베이커리 진출을 공식화하고 올해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건립할 예정에 있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허영인 회장이 체포 직전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일도 이탈리아 파스쿠찌 사와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위한 MOU 체결이었다.


SPC 그룹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K-컬처와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 식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고조된 지금 K-푸드 열풍을 확산시키는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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