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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등판 文, 유세 취소 朴..'갑론을박' 속 총선 영향은?[2024 총선]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5 06:00

수정 2024.04.05 06:00

문 전 대통령, 이번엔 창원서 "한국 퇴행,
이번 총선으로 진정한 봄 이뤄내야"
부울경 누비며 민주 후보들 지원사격
"文·朴 모두 수도권 안 오는 건 '역풍 우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내동공원에서 한 취재진으로부터 '지금 한국 정치의 온도는 몇 도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 허성무 후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내동공원에서 한 취재진으로부터 '지금 한국 정치의 온도는 몇 도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 허성무 후보.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돌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4·10총선 지원사격에 나서자,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퇴임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할 전직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후보(대구 달서갑) 후보의 지원유세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여권은 문 전 대통령의 등판에 연일 강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文 "대한민국 퇴행...총선 통해 봄 이뤄야"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경남 창원을 방문, 김지수(창원 의창)·허성무(창원 성산) 후보의 선거유세를 도왔다.
문 전 대통령은 "봄이 왔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은 혹독한 겨울이고, 민생이 너무 어렵다"며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여러모로 대한민국이 퇴행하고 있는데 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진정한 봄을 이뤄내야 한다"며 사전투표 참여도 독려했다.

경남 양산에 거주 중인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달부터 부울경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울경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지만, 최근 여야 후보들이 박빙 승부를 펼치면서 다수 지역이 경합지화(化) 됐다.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코앞까지 지역 곳곳을 직접 발로 뛰자, 국민의힘은 비판의 대상을 이재명·조국 대표에서 문 전 대통령에까지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역대 대통령 중 퇴임하자마자 이렇게 총선 판에 파란 옷 입고 나와서 선거운동한 사람 본 적 있나"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서울 강동구 지원 유세 중 "다시 부동산 폭등하고 종부세 폭탄이 날아오는 문재인 정부로 되돌아가고 싶냐"면서 '전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사진=뉴스1

■與 "잊혀야 될 분이 굳이" vs 野 "전직 대통령 초당적? 위선"
이처럼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의 선거 지원은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태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퇴임한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양산 사저로 들어가면서 '나는 좀 잊히겠다'고 했는데, 잊혀야 될 분이 굳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유세 취소는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에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전직 대통령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분인데 '전직 대통령도 초당적일 것이다' 하는 위선 구조에 우리가 갇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광주 광산을에서 후보로 뛰고 있는 이 공동대표는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을) 잊히지 않게 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잊혀지게 좀 도와주면 얼마나 좋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전 대통령의 유세 일정에 대해 "당과 상의하지 않고 진행하는,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중이다.

■"영향력 상당...도움 되니 요청하는 것"
이런 가운데 전직 대통령의 등판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이 낙동강벨트에서 선거를 지원한다는 건 도움이 되니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 지지율이 60%가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에도 30~40%대에 머물렀다"며 "역풍 불 우려가 적기 때문에 너도나도 후보들이 문 전 대통령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양당 모두 문·박 전 대통령에게 수도권 지원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역풍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도움이 안되니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박 평론가는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현상도 이목을 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행보 중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에도 힘을 싣는 발언을 했는데, 민주당이 내세우는 '몰빵론'과 대치된다는 점에서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해당 행위"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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