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길어진 고금리에 ‘빚투’ 끝났다...지난해 가계 자금 조달액 ‘역대 최저’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2:00

수정 2024.04.04 12:00

한국은행, '2023년 자금순환' 발표
가계 자금조달 규모 36.4조원 ‘역대 최저’
고금리에 대출 규모 급감...주식 투자도↓
기업 자금 운용액도 2009년 이후 최저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고금리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대출 규제와 주택 경기 부진으로 ‘빚투’ 열풍이 급격히 식으면서 가계의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주식 및 펀드 운용 규모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도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1년 새 300조원 넘게 감소하면서 자금 운용액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전년(209조원)보다 50조8000억원 줄었다. 이는 예금·채권·주식·보험 등으로 굴린 가구의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회사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지난해 가계의 여유자금이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지난 2022년 283조5000억원에서 2023년 194조7000억원으로 88조8000억원 줄었다.
예금, 채권, 주식 등 모든 상품에서 운용 규모가 축소됐고 특히 지난해 주식 및 펀드의 운용 규모(-4조9000억원)가 2013년(-7조원) 이후 10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가계의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22년 74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억원으로 감소하며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가계 자금조달 규모는 199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한해 200조원 가까이 이뤄졌으나 고금리 여파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30조원대로 급감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자금 조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신용대출, 가계 신용대출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서 크게 둔화되면서 전체 조달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비금융법인의 지난해 순운용 규모는 30조8000억원으로 1년 전(247조9000억원)에 비해 217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운용이 순처분으로 전환되고 해외직접투자도 줄면서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금조달 규모도 금융기관 차입 및 채권 발행 등을 중심으로 크게 줄며 지난해 140조4000억원으로 전년(446조원)에 비해 305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2017년(133조6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정 팀장은 “자금 조달의 경우 조달 금리 상승과 같은 전반적인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 채권 및 주식 발행 등이 모두 축소됐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와 매출 부진 등으로 인해서 상거래 신용도 함께 위축돼 전체 조달 규모가 매우 크게 축소됐고 이를 반영해 운용 규모도 함께 줄었다”고 말했다.

일반정부의 지난해 순조달 규모는 13조원으로 전년(34조원)보다 21조원 감소했다. 정부 지출 감소세가 수입 감소세보다 컸던 결과다. 자금 조달은 정부의 지출 감소세를 반영해 국채 순발행 규모가 줄며 지난해 7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 운용은 금융기관 예치금 인출 규모가 축소되면서 6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1경161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8조8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138조3000억원 늘어난 744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정 팀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0.4%로 2022년(104.5%)에서 약 4.1%p 감소했다”며 “기업 부채 비율은 122.3%로 전년 대비 1.2%p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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