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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면접' 거부한 로스쿨 수험생 불합격 처분 취소해야" 대법 [서초카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3:49

수정 2024.04.04 13:49

수험생 불이익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 때문에 발생할 공익 제한보다 크면 적극적 행동해야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 일정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이의를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수험생의 불이익 정도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 때문에 발생하게 될 공익 제한 보다 현저히 크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4일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 입학시험에 지원해 서류 평가에 합격했지만, 자신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이기 때문에 학교 측이 지정한 토요일 오전 면접에 응할 수 없다며 같은 날 일몰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 시험 응시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전남대는 A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면접에 응시하지 않자, 불합격 처리했다.
당시 A씨의 학사·공인영어·법학적성시험 점수는 최종합격자 중 상위권에 해당했다.

A씨는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는 (면접) 방법이 있는데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면접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면접 일정 변경 거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정도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반면 2심 법원은 “거부 행위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원교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했으며 이른바 위법한 ‘간접차별’에 해당하므로 평등권도 침해한다”며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역시 전남대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전남대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제한의 정도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인정되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의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 사건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게 지정된 면접일정에 원고가 응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것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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