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인 피싱은 환급 안돼"..피해자보호 못하는 '통신법'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5 06:00

수정 2024.04.05 06:00

이준석 기자
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 지난 2022년 6월 30대 피해자 A씨는 휴대폰 문자로 자신이 사용한 적이 없는 신용카드가 결제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해당 메시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헬로우쇼핑' 고객센터라며 자신을 소개한 피싱범은 '번호 가로채기' 수법을 통해 금융감독원 직원과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는 피싱 일당들에게 전화를 하도록 유도했고, 피해자 입증을 위해 코인 구매를 해야한다는 식으로 겁을 줘 A씨에게 5579만원어치 코인을 구매하도록 했다. 사기임을 알아챈 A씨는 변호인을 통해 올해 1월 5일 가상화폐거래소출금채권을 가압류 신청했고 지난 3월 6일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인용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사기범들은 이미 재산을 모두 빼돌린 상태였고 가압류 된 금액은 0원이었다.

최근 코인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코인 피싱 피해자들이 관련 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관련법상 코인 피싱 피해자들은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계좌 입출금 금지 요청을 하면 즉각 지급을 정지하는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 규정한 법이다.

다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금 환급은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자에 한정될 뿐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된다.

때문에 돈을 주면 코인을 넘겨주겠다는 행위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에 해당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현행법은 가족을 납치했다거나 교통사고가 났으니 돈을 입금하라는 방식에 대해서만 전기통신금융사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단서 규정으로 인해 코인 피싱 외에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사기 범죄 대부분에 대해서도 보호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입금한 뒤 물건을 받지 못해도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신 통신사기 피해자들은 피해회복을 위해 사기이용계좌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최소 2주에서 최대 2달이 소요되며 가압류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사기범들은 돈을 출금해 자취를 감춰버려 사실상 피해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실정이다.

보이스피싱의 최신 수법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단서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의 공동대표인 방민우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현재 법으로서는 코인 등 재화 제공을 가장한 경우 계좌 정지가 어렵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정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가 재화나 서비스 공급을 가장하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200년대 초반 협박 형태의 보이스피싱 범죄 외엔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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