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물가잡힌 유럽, 美보다 먼저 금리 내리나… 유가 상승이 복병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06

수정 2024.04.04 18:06

유로존 3월 CPI 2.4%로 하락세
4개월來 최저… 전망치보다도 ↓
경제지표 호조에 6월 인하 '무게'
임금·실업률 추이는 더 지켜봐야
美연준 여전히 인하 시기에 신중
물가잡힌 유럽, 美보다 먼저 금리 내리나… 유가 상승이 복병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물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유럽은 물가가 기대 이상으로 하락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부터 내리는 것이 더 유력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유로뉴스를 비롯한 외신은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태트를 인용, 유로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수치가 2.4%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기대치는 2.6%였다. 또 3월 CPI 예비수치는 최근 4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는 근원 물가지수도 전월 3.1%에서 2.9%로 떨어지면서 지난 2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ING은행 이사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물가가 2.7%에서 2.3%로, 프랑스가 3.2%에서 2.4%로 모두 떨어진 것을 주목하면서 ECB의 부담 일부를 덜어줬다고 말했다.

유로존 물가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대부분 중단한 후 급격히 올라 2022년 10월에는 10.6%까지 치솟았다. 이에 ECB는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를 4.5%까지 인상했다. ECB도 미국 연준처럼 물가 2%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로존 물가는 그후 하락세가 이어왔지만 대신 임금이 오르면서 느린 속도로 떨어지면서 ECB는 금리 인하를 미뤄왔다. 3월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ECB가 6월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는 지난 3월 연설에서 지표가 기대했던대로 뒷받침해 준다면 6월 인하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성장세가 탄탄한 미국 경제와 달리 유로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성장이 거의 제자리인 것도 6월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조기 금리 인하 전망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유로존 실업률은 6.5%로 역대 최저 수준이며 앞으로 임금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수개월 지속될 경우 유로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유로존과 달리 미국은 올해초 금리 인하 기대에 들떴으나 물가가 소폭 반등하면서 금리 인하가 험난해지고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1월 3.1%를 기록한 미국 CPI는 2월 3.2%로 반등했으며 2월 근원 CPI 3.8%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3.7%를 상회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은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연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물가와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높다며 인하 시작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최근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생산성이 높고, 공급망이 회복하고 있는데다 노동시장은 탄탄하다"면서 "경제가 예상한 것처럼 탄탄한 움직임을 보이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에야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각각 연설에서 금리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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