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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 놓친 ETN 시장… 개장 이후 최다 상장폐지 ‘굴욕'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11

수정 2024.04.04 18:11

4분의3은 하루 거래대금 1억 미만
1000만원 미만 거래도 절반 육박
상위 30위 안에는 테마·베팅용 뿐
변동성 커 투자자 끌어안기 실패
대중성 놓친 ETN 시장… 개장 이후 최다 상장폐지 ‘굴욕'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의 상장지수증권(ETN)이 전체 약 4분의 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에 상장된 총 368개 ETN 가운데 하루 평균 거래대금(2일 기준)이 1000만원 미만인 상품이 42.49%에 해당하는 156개였다. 1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113개)을 합치면 73.10%가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인 상품이 76개,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은 19개였고, 100억원을 넘는 상품은 4개에 불과했다.

거래대금 상위권에 오른 상품은 대부분 원유, 천연가스, 코스닥 선물 등의 테마였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및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추종 상품 4개를 제외하면 상위 20위까지 전부 이들 자산군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베팅용' 상품들의 거래 강도가 높았다. 상위 30위 중 이에 해당하지 않는 상품은 겨우 6개였다. ETN 시장 참여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공격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ETN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발행사의 운용 성과와 관련이 없다. ETF 순자산에 대응되는 ETN 지표가치(IV)는 기초지수의 일일수익률에서 제비용을 제한 수치다. 이 때문에 발행 증권사는 신용을 담보로 제공할 뿐, 다른 노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만기가 돌아오면 투자자는 최종거래일의 지표가치 만큼을 증권사로부터 받는다.

이 같은 특성들은 혁신성을 품고 등장한 상품들을 소규모화 또는 상장폐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도 대박 혹은 쪽박이 아니라 소위 '재미없는' 상품을 소외시키는 데다 발행사들도 모험적인 상품에 도전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최초 명패를 걸며 나왔던 '신한 FnGuide 치킨' '신한 FnGuide 폐기물처리' 등은 상장폐지됐고, 그나마 살아남은 'QV iSelect 배터리 재활용 Top10'도 지표가치총액이 86억원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통화 기초자산 상품의 다양성을 목표로 나온 '유로 선물'(4개), '중국 위안화'(3개), '엔화·엔달러 및 엔 선물'(9개) 등의 지표가치는 모두 100억원 남짓이었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종목은 73개로, 전년(27개)의 3배에 육박했다. 2014년 ETN 시장 개장 후 가장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ETF와 비교해 변동성이 크고, 대다수가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안정 성향의 투자자들까지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발행사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도 해야 하는 만큼 소형 증권사의 시장 참여가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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