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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AI로 부동산 시세 검증… 과잉대출·전세사기 막는다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4 18:21

수정 2024.04.04 18:21

지역별 특성·단지 규모 등 반영
50가구 미만 아파트 시세도 산출
담보가치 산정 시간·비용 줄여
"실거래 오차율 4~5% 수준"
국민은행, AI로 부동산 시세 검증… 과잉대출·전세사기 막는다
최근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줄 때 담보를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대출한도를 높인 사례가 적발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시세 정확성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동·호별 특성을 반영하고,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50가구 미만 아파트에 대해서도 AI 기술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대출이 그만큼 빨라지고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어 기존 부동산 담보대출 문제점을 보완할 때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시세 통계 공백'을 AI기술로 보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부동산 데이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를 개설한 후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아파트 및 꼬마빌딩 시세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KB 아파트 AVM(Automated Valuation Model)'을 구축해 전국 아파트의 동·호별 특성을 반영한 AI 시세를 산출했다. KB부동산이 가진 장기 시계열 데이터에 시세 산출 노하우를 반영해 1000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시세를 뽑아낸 것이다.


지역별 특성과 단지 규모 등을 반영해 최적의 시세 산출 모델을 만든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AI시세와 실거래 오차율은 4~5%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AI시세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제휴 업체의 AI추정가격와 평균 실거래가, 평균 매물가 등과 비교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국민은행은 KB시세에 AI로 산출된 시세를 활용해서 '추가 검증'을 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시세 정확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시세 공백'으로 있었던 50가구 미만 아파트에 대해서 AI를 통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50가구 미만 아파트 담보평가에 AI 시세를 활용하고 있다.

50가구 미만 아파트는 거래 빈도·특성이 일반 아파트와 달라서 KB시세 조사 대상이 아니었는데, AI시세를 통해 전국 50가구 미만 아파트 단지 9000여 곳의 시세가 추가로 산출된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서 AI시세 활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타뱅킹 비대면담보대출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 KB부동산 플랫폼에서 50가구 미만 아파트 AI시세도 제공할 계획이다.

■'부동산 담보가치 산정' 문제 보완책

국민은행의 AI시세 산출 사례는 최근 불거진 부동산 담보대출 '과잉대출'에 시사점이 있다. KB시세가 없는, 50가구 미만의 이른바 '나홀로아파트'의 경우 은행들은 약식 감정평가를 받아 대출을 해왔다. 감정평가 과정에서 평균 3일 이상이 거리는 데다 수수료도 발생했다. AI모델을 활용하면 시세 공백을 보완하고 기존 아파트 시세 정확성을 높이면 대출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종아 국민은행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장은 "AI시세 도입으로 부동산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고 대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임차인 등이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기준가격이 나오면 향후 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이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었던 건 기존의 부동산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시절인 지난 1986년부터 KB주택가격동향조사를 발표해왔다. 2004년부터는 전국 시세조사를 시작했고, 2022년에는 아파트 통계 표본을 3만2000개에서 6만2200여 개로 확장했다.
단독주택과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면 주택 표본은 전국 6만700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신설된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오피스텔, 오피스 통계에 더해 꼬마빌딩(중소형 빌딩) 투자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세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주 가격을 조사하고, 실거래가와 비교 검증을 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AI시세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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