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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 업고 핵보유국 ‘성큼’..“尹정부, 중국 다가가야”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5 07:00

수정 2024.04.05 07:00

러, 北 군사지원 더해 정치적 지원
핵보유국 인정에 대북제재 약화까지
인도·파키스탄, 제재 약화돼 핵보유국
北, 대북제재 약화로 핵보유국 길 열려
전문가 "중국, 러시아만큼 北 밀착시
대북제재 정말 형해화, 관계 개선해야"
"中 '유엔 내 위상·핵 독점' 속내 활용해
韓 신경 쓰여 北 동조 부담되도록 해야"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핵보유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때문이다.
군사협력 아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돕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낸 데 더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감시기구도 무력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건은 중국이라는 의견이 많다.

러, 유엔 대북제재 약화시키며 北 정치적 지원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맺은 군사협력을 착실히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비롯한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게 군사정찰위성 발사 기술자문 등 첨단기술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정황이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에 담겼다.

러시아는 북한을 정치적으로도 지원하고 있다.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공개발언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함으로써 북러 군사협력의 불법성도 부인한 것이다.

거기다 유엔 대북제재 이행 감시기구인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도 러시아의 손에 1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에 대해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대북제재 위반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내왔다. 올해 보고서에 북러 간의 위반 사항이 담기자 러시아가 대북제재 약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정부는 미국 등과 함께 대북 독자제재를 늘려나가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재에 나서면서 유엔 대북제재의 빈틈을 메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독자제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우리나라의 제재는 실질적인 효과는 적고 선언적 의미 정도만 가진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北, 인도·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 수순?..“중국 붙잡아야”

때문에 이달 말 전문가 패널 활동이 종료되면 분수령을 넘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권위주의 국가들이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일으켰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례를 보면 핵 개발에 대한 제재 약화는 곧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다가가는 데 결정적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러는 물론 제3세계 국가들이 지금까지는 대북제재를 지키려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전문가 패널 종료가 대북제재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이 되면서 서서히 와해될 것”이라며 “북한도 대북제재 약화를 내세워 더욱 대담하게 무기 등을 거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독자제재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핵 개발 제재 때를 생각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대북제재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다가가고, 러시아에는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북제재에 따른 징벌만 할 게 아니라 북한, 중국과 대화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게 해법”이라며 “북러 밀착과 남북관계 악화로 북핵이 고도화되면 우리가 모든 위험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까지 러시아만큼 북한과 밀착하게 되면 대북제재는 정말 형해화된다. 중국은 유엔에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길 원하는 것을 활용할 고민을 해야 한다”며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핵 독점권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 한국의 핵무장으로 ‘핵 도미노’가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게 된 만큼 우리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재고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홍 실장도 “우리가 미국·일본과만 가까이하는 구도가 장기화되면 중러는 북한에 대한 지지를 상시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서 북한과 동조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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