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같은 방 환자 숨지게 한 치매 노인 '무죄' 확정…대법 '심신상실' 인정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5 10:10

수정 2024.04.05 10:10

1,2심 이어 대법서 무죄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대법원

[파이낸셜뉴스] 같은 병실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한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노인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변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범행으로 보고 심실상실 상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7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박씨는 2021년 8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던 환자의 얼굴과 머리를 철제 소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2008년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처음 받았고 뇌수술 이후 증상이 심해져 2020년부터 입원 중이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심신상실)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박씨가 심실상실이 아니라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했다. 의사 결정과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일 수는 있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박씨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와 병원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평소에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변식(분별)할 만한 판단 능력이나 그 변식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치료감호를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는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기각됐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에 대해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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