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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고객 잡아라" 은행들, 10대 전용 지갑부터 짠테크 채팅방까지 '잘파세대 마케팅'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7 15:58

수정 2024.04.07 15:58

인구감소+수익성 둔화 이중고 맞은 은행들
청소년·잘파세대 특화 서비스 통해 '미래고객 잡기' 경쟁
토스뱅크 '자린고비 채팅방'으로 금융 고민 소통공간 조성
"잘파세대=미래고객" 우리은행, 애자일팀 통해 '친근한 은행' 브랜딩
국민은행 '리브 넥스트'에선 퀴즈+만보걷기 참여하면 '하트 기부'
은행 WM에서도 영리치 공략..."미래 핵심고객 경쟁 격화"

각 은행 잘파세대 공략 상품·서비스·전략
잘파세대 공략 전략
KB국민은행 Z세대 위한 놀이터 ‘리브 넥스트‘ 통해 선불 전자지갑 ‘리브포켓‘, 비금융 참여형 콘텐츠 ‘하트모아 기부‘ ‘머니다이어리‘ 등 운영
신한은행 SOL뱅크 내 20대 위한 전용 페이지 ‘헤이영 놀이터‘에서 청년 저축과 절세 팁, 청년지원사업 관련 정보 제공
하나은행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금융 페어런트 테크 앱 ‘아이부자‘에서 금융교육하고, 용돈 쓰고 모으고 불리기 가능
우리은행 미래고객전담추진 애자일팀 지난 1월 신설해 비계좌 기반 금융채널 제공, ‘즐길 수 있는 은행‘ 브랜딩
토스뱅크 이색적금 ‘굴비적금‘ 출시 및 가입자 소통공간 ‘자린고비 채팅방‘ 만들어 짠테크 고민 공유, 밸런스 게임 활용
Sh수협은행 직원 유튜버 ‘Sh크리에이터‘ 매달 인스타 릴스, 유튜버 숏폼 콘텐츠 올려 바이럴 영상 제작, Z세대 고객 유입
(출처: 각 사.)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2024.03.13. 사진=뉴시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2024.03.1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9만원으로 남은 한 달 버틸 수 있을까?" "화이트데이 사탕값으로 5만원 이상은 적정한가?" '"요즘 어린 친구들이 한다는 재테크 리셀러(이른바 되팔이)는 좋은 재테크인가?" "매일 편의점에서 1+1 커피 마시는데 과소비인가?"
친구들에게 물어볼 법하지만 왠지 묻기에는 어려운, 현실 속 고민들이 올라온 곳은 토스뱅크의 자린고비 채팅방이다. 토스뱅크 굴비적금에 가입한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통공간이다. 자신의 금융생활과 관련된 고민을 올리고 투표를 통해 '된다 안 된다, 적정하다 과하다' 등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 이용 고객은 30만명, 올라온 고민은 2만8500개, 총 투표수는 1300만건에 달한다. 토스뱅크가 위와 같은 소통공간을 운영하는 건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고객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금융 관련 고민들을 부담 없이 나누도록 함으로써 미래 핵심고객이 될 잘파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잘파세대를 겨냥한 금융 서비스와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뱅크 굴비적금과 자린고비 채팅방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굴비적금은 고객이 입금할 때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굴비가 밥상으로 조금씩 내려오는 이색적금이다. 가장 높은 금리가 4.5%로 금리 매력도 있지만, 입금할 때마다 밥상에 굴비가 가까워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잘파세대의 적금 성취감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실제 자린고비 채팅방 고객 연령을 살펴보면 200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출생인 20대가 40.5%로 가장 많다. 30대가 22.3%, 40세 이상이 29.1%로 이용자 3명 중 2명(약 63%)은 2030대다.

시중은행들도 잘파세대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5대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잘파세대를 미래세대 고객"이라고 정의하고 지난 1월부터 미래고객전담추진 ACT(Agile Core Team)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그룹 내 애자일 팀으로 잘파세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구체적으로 △단순하고, 비계좌 기반 금융채널 신설 등 채널 접근성 제고 △캐릭터 위비, 광고모델 라이즈 등 '친근한 은행'이라는 이미지 브랜딩 △게임·사회공헌 등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은행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대를 위한 특화 콘텐츠를 통해 '미래고객 조기 선점'에 나선 은행들도 있다.

KB국민은행은 10대를 위한 특화 플랫폼으로 '리브 넥스트'를 운영 중이다. 신분증이 없는 10대 고객이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선불전자지갑인 '리브포켓'을 만들면 수수료 없이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고등학교 학생증을 리브넥스트에 등록하면 학급 시간표·식단표·학사일정과 교내 시설 출입 바코드를 제공한다. 청소년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 밸런스 게임, 사회이슈나 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주 퀴즈, 하루 만보챌린지 등에 참여하면 '하트'가 지급되고 청소년 고객들이 원하는 기부처에 기부를할 수 있다. 이렇게 3개월 주기로 하트 기부를 가장 많이 한 학교는 '기부좋은학교'로 선정돼 국민은행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참여형 비금융 서비스를 통해 활성고객을 유입하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에서는 '알파세대의 올바른 금융습관 형성을 위한 체험형 금융플랫폼'을 테마로 잡았다. 10대 자녀뿐 아니라 보호자가 함께 '아이부자'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서 용돈을 주고받는다. 돈을 쓰고 불리고 나누는 활동을 함깨하는 금융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 서비스다. 부모가 준 용돈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충전형 선불카드로 만 14세 미만은 일 5만원, 월 50만원 한도 내에 사용 가능하다.

잘파세대 유입이 필요한 은행들에서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직원 유튜버이자 홍보모델인 'Sh크리에이터'를 통해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등 매월 8편의 숏폼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편당 조회수가 50만회에 달한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잘파세대를 위한 자산형성 상품과 저축 습관 들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청약저축과 절세노하우, 청년지원사업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20대 고객을 위한 SOL뱅크 내 전용 페이지 '헤이영 놀이터'를 운영 중이다. 농협은행은 일부 적금상품에서 MZ세대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이 잘파세대에 공을 들이는 건 인구구조 변화로 개인 고객 수 자체가 들어드는 와중에 미래 기반고객을 유입하기 위해서다. 또 은행들은 퇴직연금·신탁 등 자산관리(WM)에서도 2030대 영리치를 잡기 위한 상품·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미래 핵심고객인 잘파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비금융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라며 "주거래은행을 잘 바꾸지 않은 4050대와 달리 수요에 따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잘파세대 공략을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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