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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벌고 해외 나가 까먹고… 여행수지 24년째 '적자' [서비스수지 '마이너스' 계속]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7 19:09

수정 2024.04.07 19:09

2월 경상수지 흑자 거뒀지만
서비스수지는 22개월째 부진
해외 나가는 한국인 매년 증가
한국 온 외국인 씀씀이는 줄어
반도체로 벌고 해외 나가 까먹고… 여행수지 24년째 '적자' [서비스수지 '마이너스' 계속]
살아난 반도체에 2월 경상수지가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여행수지가 포함된 서비스수지는 2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다. 서비스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행수지가 2014년 11월 '월흑자'를 기록한 이후 10년째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입국자 수가 늘어남에도 여행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최근 여행수지 '질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여행수지, 1999년 이후 '만년 적자'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행, 운송, 지식재산권 등의 거래를 포함하는 서비스수지는 지난 2월 17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2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서비스수지와 함께 국내 경상수지의 양대 축인 상품수지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6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1개월 연속 흑자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서비스수지 부진은 주로 여행수지에 기인한다.
2월 여행수지는 13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억1000만달러 적자폭이 줄었으나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의 76.8%를 차지했다.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다른 부문인 운송수지는 지난 1월 1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운송지급이 줄며 1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재권수지도 특허권 및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늘면서 같은 기간 5억2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 적자로 전월 대비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여행수지는 지난 2014년 11월에 53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10년간 '만년 적자' 신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1999년 19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24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특히 2020년 58억1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1년 70억2600만달러 △2022년 83억6900만달러 △2023년 125억2700만달러 등 최근 빠른 속도로 적자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입국자 수 늘었는데 수입은 감소

한은은 출국자 수가 입국자 수보다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자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월에 비해 2월에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준 것도 계절방학 등의 영향으로 해외출국자 수가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해외여행객 277만명에서 2월 251만명으로 26만명가량 감소했다. 이에 여행지급액도 같은 기간 27억1900만달러에서 23억9700만달러로 줄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이 88만명에서 103만명으로 15만명가량 늘어났음에도 여행수입액이 12억5200만달러에서 10억3600만달러로 줄었다는 것이다. 1인당 관광수입도 1월 1392달러에서 2월 970달러로 줄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에 춘제 효과 등으로 중국 입국자 수가 늘어났으나 명품 쇼핑 위주였던 관광패턴이 최근에는 맛집, 명소 등 체험 위주로 변하면서 입국자 수가 늘었음에도 여행수입이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국내 입국자 수가 늘어남에도 오히려 여행수입이 줄면서 서비스수지의 질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서비스 수출액은 3·4분기에 1년 전보다 9.7% 증가했다. 반면 3·4분기 한국의 국제수지 서비스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하며 39개 회원국 중 덴마크(-20.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여행객들의 여행 행태가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변화하는 만큼 정부의 관광활성화 대책이 개별여행자의 다변화된 여행수요에 맞게 세부적 관점에서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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