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경제수장, 러시아 외교수장 8·9일 베이징에 각각 동시 체류【이석우의 차이나 인사이드】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8 12:50

수정 2024.04.08 12:50

미러 사이에 조심스러운 중국, 미중러 삼각 관계 줄타기
지난해 10월 16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왕의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타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6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왕의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타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국의 경제 사령탑과 러시아 외교 수장이 같은 시간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 동시에 베이징을 방문중이다. 이들의 동시 체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삼각관계와 중국의 미러 사이의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보여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 왔고, 옐런 장관은 6일 밤 베이징에 도착했다. 라브로프는 중국 왕의 외교부장 등과 회담을 위해 8·9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 머문다. 옐런 장관은 4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카우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 등과 회담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올라왔다.
7일 리창 총리 등을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압박했다.

라브로프의 방문은 오는 5월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준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양자 및 글로벌 현안 협의에 집중돼 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잉 생산과 불공정 관행 등의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4일 광저우 체류 당시부터 중국을 압박하며, 과잉 생산 문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불균형 문제를 협의할 별도 양자 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으로부터 여러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중국의 초가저 수출품의 차단 및 무역 불균형 시정, 미국 국채 보유량 유지 등을 조율했다.

라브로프의 방문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어느 정도까지 이끌어 낼 지가 관심이다. 미국과 전략 경쟁 속의 중국.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대리 전쟁 속의 러시아. 이 두 나라의 협력과 전략적 공생의 심화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중러, 국제 질서 다극화 강조 등 전략적 공조 속에서 교역액 등 경협 확대

5월로 예정된 푸틴의 중국 방문도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중국의 도움이 아쉬운 러시아로선 중국과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리를 두면서도 우회적인 러시아 지원과 경제적 실리, 전략적 공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두 나라는 국제 질서의 다극화, 패권주의 반대 등에도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 침체 속에서 대미 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조심스럽다.

러시아가 지난 3월 29일 북한을 끌어안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감시 패널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같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옐런 장관은 지난 5·6일 광저우에서 허리펑 부총리 등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수출이 러시아의 군수 산업을 돕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라고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서도 중국의 드론 제조 및 통신회사들의 제품이 러시아로 전달돼 러시아의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면서 이들 회사들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중러 무역은 전년 대비 26.3% 증가한 2401억 달러(약 32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등의 제재로 수출 길이 막혀있는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 등으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46.9% 늘었고,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13% 증가했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무역액은 2023년 6645억 달러(약 899조원)로 11.6% 감소했다.

리창 총리는 7일 옐런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과잉 생산 지적에 대해 "중국 산업이 글로벌 녹색·저탄소 전환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라고 강조하면서 "경제 문제를 정치화·안보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미중이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하고, 양측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윈윈' 결과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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