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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판매관행 개선 핵심은? ①전문성 갖춘 PB가 ②금융상품 '투자자'에게 ③포트폴리오 다각화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8 17:04

수정 2024.04.08 17:04

반복되는 은행 불완전판매, 제도개선 방향은
①판매직원 전문성 높이고 PB창구로 제한
②예적금 가입목적 아닌 '투자자' 수요 반영
③상품 선택권 넓히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본부는 지시하고 창구는 기계적으로 파는 관행 문제
비예금상품위 '비토권' '마켓타이밍 결정권' 보장도
원금보장성 높은 중저위험 상품 개발도 필요
ELS 판매관행 개선 핵심은? ①전문성 갖춘 PB가 ②금융상품 '투자자'에게 ③포트폴리오 다각화

[파이낸셜뉴스]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은행들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판매 당사자부터 상품 종류와 의사결정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은행 창구, 판매 직원에 제한을 두고 예적금 가입목적이 아닌 '투자자'들에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투자상품 판매한도와 종류를 설정하기보다 고객의 수요와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추도록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투자상품 판매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제각각 검토하고 있다. 라임·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관련법령 정비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가 다시 발생한 만큼 패러다임 전환 수준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공통 시각이다.

당국과 은행업계에서도 성과지표체계(KPI), 고령투자자보호제도 개선과 같은 핀셋 대책보다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누가, 어떤 채널을 통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당국에서는 당장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은행 직원과 채널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데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은행의 본 업무인 예적금, 대출과 달리 모든 창구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프라이빗뱅커(PB)와 같이 금융투자상품 이해도가 높은 은행직원들이 팔아야 불완전판매가 예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은행권에서도 '일부 제한'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기류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와 같이 영업점별 판매인을 지정해 해당 창구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며 "PB센터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고객의 투자상품 가입 수요가 있어도 제 때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금보장을 원하는 예적금가입 고객들을 '잠재 투자자'라고 설정하고 무리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ELS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ELS 가입 고객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예적금 가입자이고 피해자"라며 은행이라는 창구 특성상 '원금 보장 기대가 높았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판매 과정에서는 은행 일선창구와 본부(백오피스) 간 '미스매치' 문제가 개선할 점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연도별, 반기별 ELS 판매한도를 결정하는 각 은행의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는 소비자보호총괄(CCO)이 비토권(반대 권한)을 가지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예금상품위원회가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개별승인이 아니라 포괄승인을 하고, 판도한도를 정할 뿐 구체적 판매시기와 이에 따른 원금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예금상품위원회 내에서 비토권한이 있다라도 보수적인 은행 분위기에서 이를 직접 행사하기 어려웠단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번 H지수 ELS사태를 계기로 그들이 직을 걸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무엇을 파느냐, 어떻게 파느냐에 대한 은행권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H지수 ELS와 같이 수년간 안정적 수수료 수입을 보장해줬던 상품에 의존하면서 다른 수입원을 찾기 위한 혁신은 더뎠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들의 원금 보장성 기대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조기상환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저위험 상품'들을 개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이 투자상품 가입을 위해 창구를 찾았을 때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라인업의 상품을 갖추고,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브리프'를 통해 "전반적인 재산상황이나 개인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특정 상품 위주로만 판매가 이뤄진다면 집중으로 인한 투자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며 "금융상품 영업인력은 고객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고 고객은 계좌에 자산에 연동해 관리비용을 지불하는 '자문형 서비스'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판매 중심 영업이 고객의 투자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별상품 위주의 판매에서 복수의 상품 편입으로 투자수익률과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산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ELS 사태로 은행에 과도한 제한을 두는 중장기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예금 상품의 완전 판매를 지향해야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에 수익이 줄더라도 논란이 없는 예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편할 수 있지만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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