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00명 풀려면 '통일된 제안' 필요한데.." 의료계 입장 엇갈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3:04

수정 2024.04.09 13:04

정부, 의대증원 2000명 대화 가능성 비쳐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통일된 제안 필요
다만 의료계 입장 조금씩 달라 제안 제각각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에 나선지 50일째인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에 나선지 50일째인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50일째에 접어든 의료공백 사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규모를 두고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는 '통일된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생긴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계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통일된 제안을 한다면 의대 증원 규모 조정 논의가 가능하고,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체마다 사태 해결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달라 전체적인 입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들은 아직도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의대교수들도 전공의들보다는 온건하지만 2000명 증원에서 정부가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대화의 장에서 증원 폭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대 증원 규모 재조정에 대해 "의료계가 의견을 모아서 안을 가져오면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늘어날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의대 증원 2000명도 부족하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 의대 증원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차질없이 추진하지만 증원 규모 등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계의 상황은 복잡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합동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전협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전의교협 등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합동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법정 의료단체인 의협 비대위와 전공의 단체와의 엇박자에 이어 의협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발생했다. 의협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당선인은 다음달 회장 취임 예정이지만 당선인측 인수위원회는 전날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임 당선인은 초강경파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의대정원을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려는 것도 정부와의 대화를 두고 비대위와 당선인 간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 만난 박 위원장에 대해 SNS를 통해 '내부의 적'을 언급하면서 비판했고, 박 위원장 역시 임 당선인의 이같은 발언을 공유하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의료계가 정부와 협상을 위한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면서 상황은 계속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병원의 경영난이 가중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사태 이후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은 일반직 직원으로, 의사는 제외되며 이달 19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비상운영체제에 따라 자율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해왔고, 2019년과 2021년에도 시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 상황이 계속되거나 나빠질 경우 연말까지 병원의 순손실이 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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