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사단체 합동회견 결국 '연기'… 이래서 통일안 내겠나 [의료계 '사분오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8:07

수정 2024.04.09 18:07

의협 비대위 "1년 유예" 입장
전공의 "전면 백지화" 고수
사태 해결 놓고 의견차 못 좁혀
스타트 끊은 빅5 '희망퇴직'
의료대란發 경영적자 심각
9일 오전 수업이 재개된 서울 한 의과대학 자습실에서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12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한 상당수 의대는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 중이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수업이 재개된 서울 한 의과대학 자습실에서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12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한 상당수 의대는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규모를 두고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는 '통일된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내부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생긴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의료계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통일된 제안을 한다면 의대 증원규모 조정 논의가 가능하고,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체마다 사태 해결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달라 전체적인 입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아직도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들보다는 온건하지만 2000명 증원에서 정부가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대화의 장에서 증원 폭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의대 증원규모 재조정에 대해 "의료계가 의견을 모아서 안을 가져오면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늘어날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의대 증원 2000명도 부족하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 의대 증원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차질 없이 추진하지만 증원규모 등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계의 상황이 복잡하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합동기자회견을 이번 주 내 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전협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전의교협 등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합동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대전협과의 엇박자에 이어 의협 내부에서도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다음달 취임 예정인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할 때 자신과 조율한 적이 없다"며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오히려 의대 증원 축소를 주장하는 대정부 초강경론자다.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의협 비대위 브리핑을 통해 사퇴를 요구한 임 당선인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달 말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또 의협에 내분이 발생하면서 비대위는 이번 주 내에 열기로 한 합동기자회견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만난 박 위원장에 대해 SNS를 통해 '내부의 적'을 언급하면서 비판했고, 박 위원장 역시 임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을 공유하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의료공백 상황은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병원의 경영난이 가중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사태 이후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대상은 일반직 직원으로, 의사는 제외되며 오는 19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비상운영체제에 따라 자율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해왔고, 2019년과 2021년에도 시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 상황이 계속되거나 나빠질 경우 연말까지 병원의 순손실이 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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