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물가 너무 높고 살기 팍팍… 다음 국회는 민생 해결했으면" [현장르포]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8:09

수정 2024.04.09 18:09

4·10 총선 국민의 선택은
정치 1번지 종로
각당 점퍼 입은 선거 사무원
시민들에 절실하게 지지 호소
유권자 "정치가 변해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유권자들이 종로구 후보자들의 선거벽보 앞으로 지나고 있다. 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유권자들이 종로구 후보자들의 선거벽보 앞으로 지나고 있다. 뉴스1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는 막판 선거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서울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힐 만큼 선거유세전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실제 이날 종로 통인시장 앞에서는 각당을 상징하는 색인 빨간색, 파란색, 주황색 점퍼를 입은 선거 사무원들이 시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린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뒤이어 종로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유세차량이 들어서자 노랫소리와 함께 선거 사무원들의 호소가 들려왔다.
이들은 연신 "열심히 하겠습니다. 꼭 뽑아주세요"라고 외쳤다.

정치 1번지이자 대한민국의 1번 선거구 종로는 다양한 출신과 성향의 유권자가 모여 있어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그 때문에 과거 총선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의석을 나눠 가지며 뚜렷한 주인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총선을 하루 앞둔 이날 만난 종로의 민심은 정치권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찼다. 종로 주민들은 각자의 이유로 10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인시장 인근 정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던 50대 이씨는 선거운동을 보면서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 찍을 사람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길을 지나던 주민들도 후보들의 인사에 오래 눈길을 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날 오전 11시가 되자 탑골공원 양쪽으로 무료급식소 배식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줄 끝에 들어서던 90대 후반 6·25 참전용사 장씨는 "참전용사들을 대우해 주는 정권을 만나지 못했다"며 "지금 국회에 있는 정치인들은 죄다 난잡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을 향해 민생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종로에 20년 동안 살았다는 택시기사 60대 한씨는 "정부는 똥볼만 차고, 거대 야당도 폭주하면서 견제도 제대로 못해 다 마음에 안 든다"면서도 "제발 이번엔 싸우지 말고 서로 잘 도와서 민생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물가도 너무 높고 살기가 팍팍하다"고 호소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70대 작가 박씨는 "가슴이 아프다. 진짜, 대한민국 정치를 생각하면 걱정이 돼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며 "탑골공원에 누워 있는 노인들을 보라. 빈부격차 등 눈앞에 닥친 문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삭막한 종로의 민심은 특히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후보들의 자질 문제로 이어졌다. 옥인동 인근에서 만난 50대 전씨는 "금태섭 후보가 안 될 것 같으면서도 찍으려고 한다. 개인적인 비리가 없는 사람을 뽑고 싶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이 깨끗하게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총선기간 내내 지속된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정치권에 실망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통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60대 정씨는 "정치권이 서로 흠을 잡으며 누가 잘났고, 누가 못났냐고만 하고 있다"며 "한동훈 위원장도, 이재명 대표도 서로 헐뜯기만 한다. 이런 정치가 의미가 있나"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주민들도 다수였다. 선거만 끝나면 정치권의 태도가 돌변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인시장 입구에서 만난 20대 김씨는 "(후보들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았다"며 "크게 바뀌는 것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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