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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형에 기업들 위축...중대재해법 2년 유예 가능할까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0 14:25

수정 2024.04.10 14:26

시행 2년여 만에 두 번째 실형 선고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해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가운데, 최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두 번째 실형 선고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정치권에선 '2년 유예'를 검토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2년…두 번째 실형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산 모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형량이 가장 높다.

지난 2022년 7월 A씨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네팔 국적 노동자가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작업 중 금형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재해 발생 위험성에 관한 지적을 몇 차례 보고받았음에도 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실형이 선고된 건 두 번째로, 그간 대부분의 사건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됐을 때 실형이 선고됐다.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음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제강 대표의 경우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음에도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한국제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상급심에서도 유죄를 인정해 지난해 12월 형이 확정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죄가 인정된다 해도 단순 사고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없었다"며 "최근 울산지법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유족과의 합의 등 유리한 정상이 있었지만, 수차례 지적을 했음에도 방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헌법소원 청구…정치권서 유예 검토도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던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2년 유예 후 적용됐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들은 추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일 중소기업 단체,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표·소상공인들과 중대재해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 적용 대상과 의무사항이 불명확하고, 처벌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법 제정 때부터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 등과 관련해 논란이 있어왔다"며 "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의무 규정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2년간 재유예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에선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2년 유예를 4·10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유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인선 YK 변호사는 "여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유예안이 추진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유예 쪽으로 입장이 기운다고 해도, 유예 전까지 법 적용을 받아 책임을 물게 된 업체가 있을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봤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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