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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적자 빠진 K배터리 초격차 기술로 격랑 돌파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0 19:15

수정 2024.04.10 19:15

美 보조금 빼면 업계 첫 1분기 적자
전폭적 지원과 공급망 확충도 필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둔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받는 보조금(AMPC)을 제외하면 지난 1·4분기 3사 합산 영업실적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AMPC를 빼면 1·4분기에 316억원 적자를 냈고, SK온은 적자 규모가 무려 3770억원에 이른다.

배터리는 우리나라 핵심 성장동력에 속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급속한 재편기와 맞물려 배터리는 최대 수혜산업으로 꼽혔다.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기술선도국의 지위도 확보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 시간표를 전면 재조정하면서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지난 1~2월 국내 배터리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한 것도 전기차 수요조정 영향이 크다. 전기차 1위 미국 테슬라의 판매량이 이 기간 10% 가까이 줄었고, 제너럴모터스는 20% 이상 감소했다. 당분간 업황은 계속 불안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북미 지역의 일부 전기차 출시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1~2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5년 늦추고 내연기관 모델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격 바꿨다. 다른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차종을 늘리거나 내연기관차 생산을 연장,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 충전소 미비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기대보다 전동화 전환이 늦어진다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에 대비해 장기적인 성장계획을 가다듬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이 시장 조정기 중국 배터리 업체의 심상찮은 장악력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전년동기 대비 45% 늘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8.4%로 압도적인 1위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5%p 오른 수치였다. 반면 LG엔솔은 13.7%로 1년 새 더 낮아졌고, 삼성SDI는 5%대로 내려왔다. 중국 전기차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기업도 저가의 중국 LFP 배터리를 더 많이 사들인 결과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살길은 결국 초격차기술 확보와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한 투자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민관 협력으로 저비용·고효율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도 배터리 업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개발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려면 핵심광물 공급망도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중국 의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은 손을 맞잡고 험난한 파고를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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