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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응] 당선 가능성 없는 이 후보에 美 주목하는 이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1 05:00

수정 2024.04.11 05:00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2세 후보(오른쪽)가 지난 3월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니콜 섀너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2세 후보(오른쪽)가 지난 3월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니콜 섀너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1월 미국 대선 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2세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네디 후보는 지난해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발표했으나 10월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케네디의 무소속 출마는 이번 대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케네디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지지하면서 접종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며 민주와 공화 양당이 그동안 끝없는 전쟁들을 끝내지 못하면서 미국의 부(富)가 고갈되고 많은 청년들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또 양당 고위 지도부가 부패했다며 미국의 정치 행태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 출신으로 환경 변호사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큰아버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작은 아버지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다. 부친인 로버트 F 케네디 1세는 케네디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1968년 미 민주당 경선 유세장에서 빠져나오던 중 팔레스타인계 청년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케네디가는 로버트 2세가 가문의 오랜 전통인 민주당 지지를 버리고 무소속 출마를 하기로 한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케네디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와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케네디는 특히 경합주에서의 지지도가 제법 높다. 이것이 대선의 승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경합주인 네바다주 유권자의 15%가 케네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또 애리조나주에서는 유권자의 13%가, 미시간주에서는 12%,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모두 10%가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40%와 30% 중반으로 낮다.

최근 여러 조사 결과 케네디로 인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더 많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는 등 그의 출마는 바이든을 불리하게 가능성이 높다. 이러니 케네디 가문에서 무소속 출마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정치 전문가들은 케네디가 특히 핵심 경합주에서 바이든 진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 성향 정치 컨설팅 단체 레드팩의 전략가 찰리 콜린은 케네디가 전통적으로 바이든 같은 민주당을 지지해온 젊은 세대와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예상외로 지지율이 높다고 말했다.

케네디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얻고 있어 민주당은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우려는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이 케네디 출마 저지를 위해 비판 광고 동원에 열을 올리는 것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00년과 2016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들이 표를 잠식하면서 패했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미 빙엄튼 대학교 정치학 교수 도널드 니먼은 “진정한 경합주는 6~7개며 이곳에서는 1만~2만표 차이로 승패가 난다”라며 주요 후보의 표를 빼앗는 제3후보가 당선 여부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 HW 부시를 비롯해 미국 대선 캠페인에 6회 참여했던 키스 내히기언은 민주당이 케네디를 따돌린 것은 큰 실수로 이로 인해 바이든이 이번 대선에서 패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케네디는 부통령 러닝 메이트로 자금이 넉넉한 니콜 섀너핸을 지명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이혼한 섀너핸은 합의금으로 브린 보유 자산의 1%인 약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 이상을 얻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결과에 따라 선거자금을 더 늘릴 수 있다.

내히기언은 섀너핸이 극좌 성향이어서 케네디가 트럼프 지지표를 빼앗아 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진영 모두 방심해서는 안되고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수주간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케네디에 대한 비판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경합주에서 지지율이 낮은 바이든 진영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는 실제로 제3후보들의 표가 설문조사때 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막상 선거날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지지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 퀴니어팩대학교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양자 대결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3%로 앞서나 케네디를 포함할 경우 트럼프의 1%p 우세로 바뀌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케네디가 트럼프 지지표를 더 뺏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대선에서 케네디가 얼마나 높은 지지율을 얻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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