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동남아 절반 이상 "美中 중에 고른다면 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1 15:12

수정 2024.04.11 15:12

아세안 10개국 여론 주도 집단 설문 조사
美中 양자택일 가운데 50.5%는 中 선택, 최초로 美 추월
中 일대일로 사업 수혜 받는 국가에서 中 선호도 높아
남중국해 갈등 빚는 국가들은 美 선택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장관·왼쪽 8번째)이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장관·왼쪽 8번째)이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동남아시아의 유력 인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과 중국 중에 양자택일 상황에서 중국을 고른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들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동남아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동남아에 소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가 공개한 ‘2024년 동남아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지난 2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반드시 한쪽과 협력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고 묻는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5%는 중국을 택했다.
미국을 택한 비율은 49.5%였다. 해당 조사는 2020년부터 진행되었으며 같은 질문에 중국을 택한 비율이 더 많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중국과 미국을 택한 비율은 각각 38.9%, 61.1%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3일부터 2월 23일까지 아세안 10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여러 집단에 속한 19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33.7%는 민간 집단이었으며 24.5%는 정부 관계자였다. 이외에도 학계(23.6%)와 비정부기구미디어(12.7%), 지역 및 국제단체(5.6%)의 응답자들도 설문에 참여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을 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말레이시아(75.1%)였다. 인도네시아(73.2%)와 라오스(70.6%)에서도 중국의 인기가 높았다.

FT는 해당 국가들이 중국의 국제 사회기반시설 건설 계획인 일대일로 사업에 긴밀하게 협조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페락주의 탄중말림에 100억달러(약 13조6360억원)를 투자해 자동차 산업단지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0월 동남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고속철도를 개통했으며 일대일로 사업에서 자금을 충당했다. 라오스 역시 중국 국영기업들과 협력해 전력망을 개선하고 있다.

반면 이번 설문에서 미국을 가장 많이 고른 국가는 필리핀(83.3%)이었으며 베트남에서도 79%가 미국을 골랐다. 두 국가 모두 최근 남중국해 영토 분쟁과 관련해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곳이다.

대니 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중국이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근본적인 자료를 보면 한쪽으로 흐르는 것 보다 양쪽이 시소처럼 주고받는 형세”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인 독일마셜기금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이사는 “동남아에는 미국과 관계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미국이 실제로 제공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동남아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추진한 경제 공동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지적하며 관세 철폐같은 시장 개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과 동남아 협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묻는 별도 질문에서 응답자의 38.2%는 협력이 줄었다고 답했다. 늘었다는 응답 비율은 25.2%였다.

일단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무조건 의지하는 상황은 아니다. 설문 가운데 미중 갈등 속에 아세안의 처신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6.8%는 아세안 스스로가 유연성을 기르고 미·중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했다.
미·중 가운데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한편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별 호감도 설문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호감도는 각각 55%, 39%였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2월 20일부터 5월 22일까지 세계 24개국에서 3만86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