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유명 아이돌, 방송 작가에 26억원 뜯겼다..'성추행' 사건이 발단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1 14:59

수정 2024.04.11 14:5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성추행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게 해주겠다"라고 속이고 26억원을 가로챈 방송작가가 1심 재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방송작가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아이돌 그룹 멤버 B씨에게 26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도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2019년 6월 B씨가 여성 2명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일에서 시작됐다.

당시 B씨에 관한 사건이 보도되자 오랜 친분이 있던 방송작가 A씨가 B씨에 접근했다. A씨는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를 받게 해주겠다"라며 "고위직 검사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B씨는 A씨 말에 속아 16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는 검사들과 친분이 없었고 받은 돈을 검사들에게 전하지도 않았다.

B씨가 2019년 12월 무혐의를 받자 A씨는 다시 접근해 "검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번복하려 한다"라며 또다시 돈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은행 통장과 비밀번호, 보안 카드까지 넘겨줬다. 이후 A씨는 B씨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등 10억원을 뜯어냈다. 또 B씨가 갖고 있던 금장 가방 등 명품 218점도 받아갔다.

B씨는 이런 식으로 26개월에 걸쳐 총 26억원을 뜯긴 뒤에야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A씨를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1심 재판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해 전 재산을 넘겼다"라고 진술했으나 A씨는 "B씨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고 통장 등도 승낙을 받아 관리해 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B씨는 성추행 사건 당시 이미 촬영한 방송이 '통편집'되는 등 연예인 활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불안했을 것"이라며 "평소 신뢰하던 A씨에게 쉽게 속아 넘어갔을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 사건으로 평생 모아 온 재산을 잃고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A씨는 범행 방법이나 기간, 가로챈 금액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범행 전부를 부인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현재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가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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