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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병두 "밸류업 성공의 키는 지속 가능성...일본도 10년 노력"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4 13:58

수정 2024.04.30 11:17

[파이낸셜뉴스]
"공직에서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했다. 보람도, 쓴맛도 다양하게 경험했다. 특히 소통의 힘, 봉사의 기쁨 같은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임기를 끝낸 손병두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 14일 밝힌 소회다. 그는 3년 넘게 '자본시장의 파수꾼' 한국거래소를 진두지휘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달려왔다. 지금도 시장의 발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손 전 이사장이 재임 기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다.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제도적 문제점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는 "해외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문제와 외국인이 투자하기 너무 불편한 시장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곤 했다. 그래서 재임 중에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는 영문 공시와 배당절차 개선 같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과거보다 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문 공시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더 세밀한 정보를 제공했고, 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매수 확대로 연결됐다. 밸류업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현재 자본시장 최대 관심사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손 전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프로그램 성공의 키는 지속 가능성"이라며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기업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성공사례 역시 1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고 소개했다.

그는 "해외 컨퍼런스의 일본 세션을 보면 항상 주제가 거버넌스 문제였다. 유행을 좇지 않고, 꾸준히 파고 들었다는 얘기"라며 "우리도 거버넌스나 주주가치 제고를 계속해서 다뤄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세제 지원 같은 인센티브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레벨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는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세력을 근절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손 전 이사장은 "시장감시가 단기 주가조작에 특화돼 있다 보니 서서히 여러 루트로 이뤄지는 유형에 대한 감시 수단이 미흡했다"면서 "이를 보완했더니 또 다른 형태의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시장 신뢰라든지 시장이 공정하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고 싶었으나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손 전 이사장은 퇴임 직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부산사랑의열매)에 급여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거래소 이사장은 KRX국민행복재단 이사장을 겸한다. 덕분에 사회공헌이나 봉사활동에서 얻는 기쁨에 눈을 뜨게 됐다"면서 "임기가 끝나고 후임자가 오기까지 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받은 월급을 의미있게 쓰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기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전 이사장은 거래소 내부적으로는 변화와 소통이 가속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취임 후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소통 플랫폼을 만들고, 유튜브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8년 만에 열린 체육대회에서는 극비리에 '초대가수'로서 무대에 올랐다.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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